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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17년째 잠든 아들, 그 옆에서 오늘도 군가를 부른다… "혹시나 의식 돌아올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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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보름 앞두고 사고… 스물두 살 아들 17년째 의식불명
낮에는 대학·밤에는 경비… 병원비 마련 위해 쪽잠으로 버텨
"그냥 숨만 쉬어줘도 좋다" 예순 넘은 부모의 기약 없는 기다림

지난달 29일 경산의 한 병원에서 고인성(가명·66) 씨 부부가 재하(가명·39) 씨를 돌보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지난달 29일 경산의 한 병원에서 고인성(가명·66) 씨 부부가 재하(가명·39) 씨를 돌보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

고인성(가명·66) 씨는 오늘도 아들의 병상 곁에서 군가를 부른다. 아들 재하(가명·39) 씨가 눈을 감은 지도 벌써 17년째다. 그는 스물두 살이던 2009년 여름,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뒤 단 한 번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양쪽 뇌가 심하게 손상됐고 수술만 열 차례가량 받았다.

아들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고, 아버지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길 잃은 아들이 노래 소리를 따라 돌아와주길 바라며.

◆가족 위해 살아온 아버지… 스물두 살 아들의 사고로 멈춘 일상

대구에서 1남 4녀 중 아들로 태어난 인성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등학교 2학년 때 학업을 중단했다. 공무원을 꿈꿨지만 당장 돈을 벌어야 했다. 열여덟 살에 건설회사 전기 보조로 일을 시작했고, 군 복무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스물여섯 살 무렵 한국전력에서 초고압선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다.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 이듬해 첫아들 재하 씨를 얻었다. 인성 씨 부부는 고령의 장모와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과 거처까지 옮겨가며 가족을 챙겼다.

그런 부부에게 재하 씨는 큰 기쁨이었다. 수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준수했던 재하 씨는 지역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다.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면 인성 씨가 삼겹살을 구워주곤 했다.

평범했던 가족의 일상은 2009년 여름 멈춰 섰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재하 씨가 제대를 보름가량 앞두고 휴가를 나왔을 때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양쪽 뇌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른 것만 열 번에 달했지만 끝내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젊으니까 금방 일어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숨만 쉬어줘도 좋습니다."

인성 씨는 혹시라도 아들이 듣고 있을까 봐 병상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대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울었다. 직장도 관두고 아들 곁에 남았다. 몇 년 동안 제대로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병원을 지켰다.

그렇게 17년이 흘렀다. 스물두 살이던 아들은 어느덧 서른아홉 살이 됐지만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눈을 뜨지 못했다.

◆낮에는 학교, 밤에는 경비… 17년 간병에 부모 몸도 병들어

긴 간병은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처음에는 수술비와 병원비를 마련하려 친인척에게 돈을 빌렸다. 그렇게 진 빚만 한때 2억원가량에 달했다.

인성 씨는 약 13년 전부터 한 대학에서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낮에 일하고 밤이면 병원으로 가 직접 아들을 돌봤다. 아내는 식당에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

코로나19 이후 주야간 간병인을 써야 하면서 비용 부담은 더 커졌다. 인성 씨는 지난해까지 낮에는 대학에서 일하고 밤에는 고등학교 경비로 근무했다. 숙직실에서 쪽잠을 자며 버텼고 휴일에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다 2년 전 급성 심근경색이 찾아왔다. 스텐트 2개를 삽입했고, 척추협착증까지 악화돼 결국 야간 경비 일을 그만뒀다. 아내도 고혈압과 관절염, 허리 통증을 앓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엿새씩 식당으로 출근한다.

부부의 한 달 수입은 약 600만원. 하지만 아들의 병원비와 간병비만 매달 약 500만원이 들어간다. 월세와 관리비 65만원에 부부의 치료비와 생활비까지 더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아들을 돌보던 젊은 부모도 어느덧 예순을 넘겼다. 의료진은 심각한 뇌 손상에도 재하 씨가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그래도 인성 씨는 병실에 들어설 때마다 아들의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른다. 좋아했던 노래와 군가도 불러준다. 혹시 노래를 듣고 오래전 기억 하나라도 떠올릴까 하는 마음에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오늘도 병실에는 '늙은 군인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늙은 아비의 가냘픈 희망을 싣고.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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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희망 놓지 않는 아인이네에 2,927만원 전달

엄마의 갑작스런 사고로 온 가족의 일상이 무너졌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아인이네(매일신문 9월 22일 10면)에게 2천927만68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2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김미희 5만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문교식 2만원 ▷박은경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2만원 ▷최정원 2만원 ▷김종식 1만원 ▷김태상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장윤 6천원 ▷조철제 5천원 ▷심금자 1천원 ▷'많은분들도움에감사' 1만278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낡은 집에 눈물 짓는 김성원 씨에게 2,465만원 성금

성치 않은 몸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9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김성원 씨(매일신문 9월 29일 10면)에게 47개 단체, 101명의 독자가 2천465만6천804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이충곤재단 300만원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새화성약국(박경옥)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과(정진영) 10만원 ▷법무사김태원사무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탐라기계(김진근)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동산내과(강민규)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미래엔영어유천초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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