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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전 육영수 여사 저격범 직접 수사한 검사…"느닷없는 음모론에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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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에 직접 입장 밝혀

문세광(사진 중앙). 연합뉴스
문세광(사진 중앙). 연합뉴스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1951~1974)을 직접 수사했던 당시 검사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박정희 전 대통령 배후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사건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소속으로 특별수사본부에 참여했던 김영수(84) 변호사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현장검증을 통해 사실관계가 다 밝혀진 사안"이라고 말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에 대해서도 "딱하다"고 했다.

공범이나 배후가 따로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세광의 단독범행이 확실하다"며 "북한 만경봉호에 탑승해 공작원으로부터 사상교육과 지령을 받고 의식화돼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려 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 여사가 피격된 직후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돼 문세광을 직접 조사했다. 당시 수사본부에 투입된 검사 3명 가운데 막내였으며 이후 사형 구형과 집행 과정에도 관여했다.

그는 2005년 관련 외교문서가 공개된 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다시 제기됐을 당시에도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기소한 내용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며 공개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영화 '암살자(들)' 개봉 이후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 사실처럼 확산하고 있다고 판단해 52년 만에 직접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음모론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영화까지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북쪽의 주장을 본뜬 것 같은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건 대한민국에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보지 않아 어떻게 사건을 왜곡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며 "아무리 영화를 흥행시키고 싶었어도 지나치니까 역풍이 불고 많이들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별다른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수사당국이 매일 브리핑했고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어떤 신문도 수사에 허점이 있다거나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느닷없이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성에 경호원들이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연단 밑으로 피신하고 육영수 여사가 쓰러지고 있다.매일신문 DB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총성에 경호원들이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연단 밑으로 피신하고 육영수 여사가 쓰러지고 있다.매일신문 DB

문세광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들은 쉽게 세뇌되지 않을 이야기에 휘둘릴 정도로 순수했다"며 "확신범이어서 사실을 숨기지 않아 수사도 어렵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문세광은 호송 과정에서 모인 인파를 보고 처음에는 "남반부 인민들이 '의거'를 지지하고 있다"며 고무됐지만, 이후 자신을 향한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게 낙담했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는 "내가 속았다"며 오열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문세광이 전문적으로 훈련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대통령 저격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당시 경호 실패를 지목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경호 실패"가 있었다며, 실제로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 정보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경호 당국이 의도적으로 경비를 허술하게 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도 일단 언어가 능숙하지 않으면 외국인을 피하고 보지 않느냐"며 "비표(출입증)가 없는 사람은 막아야 하는데 경호팀과 경찰도 문세광이 일본말만 하니까 어찌할 줄 모르고 쉽게 뚫려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육 여사가 경호원의 총탄에 맞았다는 주장에는 "경호원의 오발에 맞아 여고생이 숨진 사건이 말도 안 되게 둔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영화에 대한 비판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누군지 특정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지만 유족까지 있는 실존 인물을 왜곡해선 안 된다"며 "문예 창작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후 노태우 정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 1차장과 민주자유당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김영삼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화체육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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