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정 불안과 정치적 혼란이 겹치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장보다 0.8% 하락한 1.1161달러까지 내려갔다.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전장보다 0.6% 내린 1.12달러 수준에 거래됐다. 유로화는 지난주까지 달러 대비 4주 연속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5% 가까이 약세를 보였다.
아시아 시장 단기 투자자들이 현물 유로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면서 낙폭이 커졌다. 이 매도세는 옵션 관련 매매로도 이어졌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유로화 약세의 핵심 배경은 프랑스 채권시장 불안이다. 지난주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4.9%까지 치솟았다. 2일 프랑스와 독일 간 10년물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2011년 이후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스프레드가 넓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보다 독일 국채를 더 안전한 자산으로 여긴다는 뜻이며, 격차가 클수록 프랑스 정부의 차입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외면하는 이유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있다. 내년 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에 접어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긴축 예산안에 야당이 협조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프랑스가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킬지 불확실하며,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분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스페인에서 주거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면서 조기 총선 관측이 커진 것도 유럽 채권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웠다. 프랑스의 재정·정치 불안이 다른 유로존 국가 채권시장으로 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에릭 로버트슨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전략가는 "유럽 정세가 정말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며 "프랑스는 재정을 다잡을 의지나 능력이 없어 보이고, 성장률이 저조한 시기에 높은 에너지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려 유로화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류닝후이 아시아·태평양 투자전략·리서치 책임자는 "프랑스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면서도 "시장은 지난주부터 반응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채권시장 혼란과 유로화 약세가 겹치면서 프랑스 문제가 10여 년 전 유럽 재정위기처럼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부채 문제가 유로존 전반으로 퍼지지 않도록 유럽중앙은행(ECB)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전염 위험이 실제로 커지고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이자 ECB 차기 총재 유력 후보인 요아힘 나겔은 5일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중앙은행의 초점은 물가 안정에 있으며 "특정 스프레드 수준"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ECB가 프랑스 국채를 직접 떠받치기 위해 나설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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