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만개한 꽃도 결국은 진다. 이 짧은 말이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것이 꽃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권세도, 인기도,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역사를 돌아보면 한 시절을 호령하던 권력자가 몰락한 뒤 그 곁을 지키던 이들의 발길도 함께 뜸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대로 어렵던 시절 곁을 지켰던 사람이 형편이 나아진 뒤 잊히기도 한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형편이 어렵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곁에서 도움을 주고 후원해온 인연이 있었다. 그때는 작은 인사 하나에도 고맙다는 말이 몇 번씩 돌아왔다. 그런데 형편이 나아지고 주변에 사람이 많아지면서 예전만큼 안부를 주고받지 못하게 됐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사람 사는 이치가 이런 것인가 싶어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곱씹다 보면 문득 관절이 떠오른다. 사람의 마음과 세상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지만, 관절은 그동안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비교적 정직하게 보여준다. 통증이 없다고 방심하면 어느새 근력이 떨어지고 관절 기능도 저하될 수 있다. 반대로 아팠던 시기부터 꾸준히 관리한 노력은 시간이 흐른 뒤 차이를 만들어낸다.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두 환자가 유독 대조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 분은 몇 년 전 무릎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없어진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왔다. 특별한 운동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맞는 근력운동을 거르지 않고 이어온 결과 연세에 비해 근력과 관절 기능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다른 한 분은 비슷한 시기에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통증이 사라지자 수술 후 이어오던 운동을 중단했다. 예전 생활습관으로 돌아가면서 근력이 많이 떨어졌고 다시 관절의 불편함을 호소했다. 비슷한 시기에 치료를 받았지만 몇 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의 상태에는 차이가 생겼다.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꾸준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 사례였다.
많은 환자가 통증이 심할 때는 작은 처방 하나에도 매달리고, 하라는 운동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통증이 가라앉으면 그 절실했던 마음도 함께 사그라들기 쉽다. 꾸준히 해야 할 근력운동은 흐지부지되고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관절 상태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하지만 통증이 없다고 해서 관절의 문제가 모두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과 관절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 치료를 받은 뒤에도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과 생활습관을 이어가는 것이 관절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열흘을 한결같이 붉게 피는 꽃은 없다. 사람의 마음도 세월과 형편에 따라 변한다. 맺고 있는 인연들을 돌아보며 나 역시 누군가의 정성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꽃을 피우기 전 거름을 주고 물을 주며 정성을 다했던 손길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플 때 나를 지탱해준 사람과 건강을 위한 노력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관절도 마찬가지다. 아플 때만 아끼고 통증이 사라졌다고 잊어버릴 것이 아니라, 괜찮을 때 더 꾸준히 돌봐야 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오래된 말이 사람의 인연뿐 아니라 건강에도 건네는 교훈일지 모른다.
대구 올곧은병원 병원장 우동화


































댓글 많은 뉴스
'박정희 친필 편지' 직접 꺼내든 박근혜…"공개하는 게 맞겠다"
李대통령 국정지지율 37.4%, 3주만에 하락…부정평가 59.8%
[단독] "광주-대구 다르다" 중앙부처 '군공항 이전' 노골적 차별
"농지조사, 투기 잡겠다더니 도지만 잡나"…지방 농촌 '불똥' 우려
아시안게임 '군면제' 폐지 법안 추진될까?…축구·야구 특혜 논란, 비인기 종목엔 '생존 문제' [금주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