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실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도마에 오른다. 지난해 한국 취업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83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97시간 길다. 시간제 비중이 높은 독일과의 단순 비교는 조심해야 하지만, 주 40시간 전일제 노동자 비율이 53.1%로 독일(30.9%)이나 프랑스(12.5%)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일하는 방식의 선택지가 그만큼 좁다는 뜻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국 중 30위다. 오래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고, 건강권과 일·가정 양립도 지킬 수 없다. 투입 시간을 줄이는 것과 함께 일하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정부는 2030년 1천700시간대 진입을 약속했다. 고용노사관계학회 보고서는 단축 정책이 적극 추진된다는 전제 아래 2030년 1천739시간을 전망했다. 같은 해 OECD 평균 예상치(1천682시간)와는 여전히 57시간 차이다. 주 52시간제 등으로 장시간 근로 비중이 줄어든 효과가 상당 부분 소진된 만큼, 추가 노력 없이는 감소세가 이어지기 어렵다.
현장의 실험은 시작됐다. 임금 감소 없이 노동시간을 줄인 기업을 지원하는 '워라밸+4.5 프로젝트'에 상반기 224곳이 참여했고, 3분의 2가 50인 미만 기업이었다. 모든 중소기업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건만 갖춰지면 가능하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관건은 세 가지다. 첫째, 숨은 노동부터 드러내야 한다. 포괄임금 오남용은 공짜 노동이 발생하는 대표적 통로다. 4월 시행된 지도지침에 대해 경영계는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실제 일한 시간을 기록하고 그만큼 지급하라는 것은 현행법의 기본 원칙이다. 쟁점은 원칙이 아니라 범위다. 업무 특성상 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무는 예외 요건을 좁고 분명하게 정하고, 영세 사업장에는 출퇴근 기록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법 개정으로 기준을 명확히 해야 분쟁도 줄어든다.
둘째, '연결되지 않을 권리'로 쉬는 시간을 지켜야 한다. 직장인 48.8%가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았고, 그중 절반 이상이 실제로 일을 처리했다. 근무시간 외 전화·메신저 업무지시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긴급 대응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정상적인 휴식시간까지 업무의 연장으로 만드는 관행은 바꿔야 한다. 자율 도입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에서 출발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부터 의무화하는 단계적 입법이 현실적이다. 기록되지 않는 노동이 남아 있는 한 통계상의 단축은 착시에 불과하다.
셋째, 단축을 임금·생산성 체계와 묶어야 한다. 벨기에는 2022년 주 38시간을 나흘에 몰아 일할 권리를 도입했지만, 2024년 민간 정규직 이용률은 0.75%에 그쳤다. 총량은 그대로 둔 채 하루 근무를 늘린 '압축'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공공부문 실험에서 주 35~36시간으로 '단축'하며 업무 절차를 재설계했고, 생산성은 대체로 유지되거나 개선됐다. 차이는 출근일수가 아니라 시간의 총량을 줄이면서 일의 방식을 함께 바꿨느냐에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초과근로가 소득의 중요한 원천인 임금구조에서는 단축이 오래가기 어렵다. 기본급 비중을 높이고, 호봉급 중심에서 직무와 숙련을 보상하는 체계로 단계적으로 옮겨가야 한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을,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만큼 사업장 여건에 맞춘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총량은 엄격히 규율하되 그 안의 배분은 노사가 유연하게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합의의 정당성은 대표성 있는 근로자대표제에서 나온다.
노동시간 정책의 성패는 구호가 아니라 장부에서 갈린다. 기록되는 시간, 지켜지는 휴식, 보상받는 생산성이다. 노사정은 지난해 말 공동선언으로 방향에 뜻을 모았다. 이번 국감이 로드맵의 화려함이 아니라 이 세 가지의 이행을 따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덜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일할 것인가'다. 그 답이 제도가 될 때, 노동시간 단축은 비로소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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