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 군공항 이전이 현행 '기부 대 양여' 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사업비 절감 방안에 대한 정부 동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2월 광주시 고위 공무원에게 대구시와의 군공항 이전 협력 방안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대구가 2020년 군·민간공항 이전지를 군위·의성군으로 극적 합의를 이룬 것처럼, 5년 뒤 광주도 군·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때였다.
도심 군공항 이전 문제에 있어 대구와 광주는 누구보다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한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공항 이전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기부 대 양여' 사업 방식의 한계, 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를 떠안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두 지역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협력의 뿌리에는 '달빛동맹'이 있다. 2009년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달빛동맹을 두고 "김범일 대구시장이 제안해 왔고, 그 뜻이 너무 존경스러워 응하게 됐다"며 "두 지역이 협력만 하면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못 해낼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2013년에는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이 서로의 시청에서 교류 근무를 했고, 2014년 대구 두류공원에는 '광주시민의 숲', 광주 대상공원에는 '대구시민의 숲'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대구시장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광주시장은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며 역사를 함께 기억해왔다.
2017년부터는 예술인들의 교류가 시작됐고,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이 서로의 지역을 찾아 농촌 일손을 도왔다. 의료계에서도 내과의사들 간 교류가 이어졌다.
우리가 협력하면 못 해낼 것이 없다는 말대로, 2024년에는 영호남 30년 숙원이었던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사상 최다' 여야 의원 261명 공동 발의라는 기록을 세웠다. 영호남을 갈라놓았던 지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해 시작했던 걸음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축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삼전닉스'의 800조원 규모 호남권 반도체 투자와 맞물려 광주 군공항 이전만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으로 추진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광주 군공항 임시 이전 완료 시기를 당초 목표인 '2028년 중반'보다 앞당기라고도 주문했다. 자신이 제시한 목표를 한 달 만에 더 빠르게 수정한 것이다.
같은 군공항 이전 문제인데도 광주는 대통령이 빠르게 밀어붙이라는 주문을 쏟아내는 반면, 대구는 여전히 '기부 대 양여'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형평성 논란 속에 대구와 광주의 심리적 거리감이 다시 멀어지고, 영호남 상생이 갈등과 경쟁의 구도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정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정신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영호남 상생의 가치를 이어갔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대구를 찾아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광주가 2·28민주운동을 함께 기념했다. 멀게 느껴졌던 대구와 광주를 굳게 연결했다"며 동서화합에 의미를 부여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산은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계속 인정하고 지켜갈 때 살아남는다. 광주 발전이 대구 발전이 되고, 대구 성장이 광주 성장이 되는 것이 달빛동맹이 걸어온 길이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 주도 성장'의 모습이며,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약속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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