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 캠퍼스 뒷산에 올라가 소나무숲에 둘러싸이는 행복을 맛본다. 이른봄날, 솔숲에서 뿌연 가루같은 것이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봤다. 노란색깔로가볍게 날리는 그것들은 솔방울에 붙은 꽃가루였다. 나무는 한곳에 서있으되바람에 의해 먼곳과 교류하고 있었다.어느날 아침엔 솔방울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지에는 새로 돋아나는 어린 솔방울들이 싹을 내밀고 있었다.
묵은 것이 도태되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무한히 재생되는 삶의 진리를 말없이 가르쳐준다.
언젠가는 하늘에까지 울려퍼질듯한 긴 공명음이 들렸다. 새소리와는 다른,이제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이상한 예감에 뒤를 돌아보니 놀라움으로 눈이 동그래진 노루 한마리가 서있었다. 한동안 빤히 바라보더니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심에 가까운 야산에 노루가 살고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고 그의 현시가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다.
풀의 변화하는 색깔을 보고 봄이 익는 것을 알고, 하얀 찔레꽃 덤불이 숲을이룰때면 여름이 무르익은 것을 안다. 가을에는 파란 하늘이 소나무 사이로보이고 겨울에야말로 소나무가 진정한 위용을 나타낸다. 소나무는 어느덧 나의 친구가, 스승이 되었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침묵속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게 해주는 소나무숲은 나의 사원이다. 삭막한 도심을 가로질러 캠퍼스에 도착하면 나의 소나무들이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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