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식장없는 결혼식

20일은 대학들의 후기졸업식이 잇따른 날이었다. 령남대대학원은 이날오전11시 교내 인문관 강당에서 석박사2백77명등 3백92명의 졸업식을 가졌다. 안동대도 체육관에서 같은시간에 38명의 졸업식을 열었다. 이들 대학 입구에는 졸업식때마다 대목맞이를 하는 꽃장수들이 진을 쳤다. 할아버지.할머니까지 자녀.손자의 학위취득을 축하하러 처음일지도 모를 캠퍼스 나들이를 했다. 부인들도 온갖 색깔로 모양낸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축하분위기를 돋웠다.같은시간 대구대경산캠퍼스에서도 졸업식이 예정돼 있었다. 박사14명, 석사64명이 이날 고생끝의 영광을 맞고 학부에서는 82명이 졸업할 예정이었다. 식장은 도서관이라고 했다. 시간에 맞춰 학교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역시 꽃장수들이 포진해 졸업식맛이 물씬했다.그러나 이게 어쩐 일인가. 막상 도서관앞에 도착한 졸업자 가족들은 갑자기벼랑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교사정으로 졸업식은각 대학원별로 실시합니다. 학부 학생들은 소속단과대학 교학과에 가서 졸업장을 받아가십시오} 사실상의 졸업식 취소를 알리는 안내문이 도서관 입구에내걸린 것이다.

졸업자인듯한 청년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욕설을 날리고 있었다. 곳곳에서는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으나 어느 졸업생인들 마음이 편할리 없었을 것이다.[학교가 이 꼴이니 졸업한다는게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슴아프기도 합니다]

학내소요가 워낙 심각해 식장이 엉망이 될까봐 졸업식을 바꿨다는 소문이었다. 학교군데군데엔 {재임용 탈락 결사반대}등 플래카드가 내걸려 졸업자들의가슴을 찍어누르고 있었다. 딴대학 졸업자들을 생각하면 이들의 불행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날 늦게는 총장과의 접촉등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들과 직원들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기어코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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