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협의장 무모함 신총장 생각부족이 빚은 해프닝

7일 오후1시쯤, 대구지역 대학출입기자들의 삐삐가 빠짐없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입력된 발신지 전화번호는 전혀 낯선 것. 확인결과 파크호텔이었다. 그리고 호출자는 대구대홍보실 책임자였다.갑자기 기자들은 이상한 감에 휩싸였다. 학교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호텔에있을까. 안그래도 아침부터 무슨 이상한 낌새가 있었는데.

[무슨 일입니까. 왜 호텔에 있습니까?] [3시까지 파크호텔1층 연회실로 오세요. 신상준총장과 박성배교수협의회의장이 학교사태에 중요한 합의를 했습니다.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문을 발표하려는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오랜만에 생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는 입장이 거꾸로였다. 갑자기 허둥대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었다. 늘 살펴오던 문제였는데이렇게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을까. 오후3시면 이미 석간신문이 다 나와버렸는데 이를 어쩌나|.

그러나 다음순간 또다르게 이상스럽다는 생각이 스쳤다. 뭔가 난센스 해프닝일것 같다는 감이었다.

[내용이 뭡니까]

[쌍방간에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재임용 탈락자, 징계자등을 구제하는 대신 교협은 신총장체제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의 야합적 거래를 연상시키는 얘기였다.

[그건 교협이 거부해온 것인데? 누가 도장이라도 찍었습니까][신총장과 박의장이 도장까지도 다 찍어놨네요]

5천원이나 들여서 택시를 탄 기자는 문득 해프닝파티라면 거액의 택시비가아깝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웃어야 했다.

오후3시 호텔연회장, 예상대로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신총장과 박의장의 도착이 늦어지고 있었다. 대신 교협간부들과 총학생회 간부들이 먼저 도착중이었다. 그 다음 도착한 박의장은 진상을 알려는 교협및 총학간부들에 의해 즉각 둘러싸여 자리를 옮겨갔다.

20여분뒤 박의장이 발표장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합의의 무효를 선언했다.[죄송합니다. 교협간부들과도 전혀 상의없이 혼자 한 일입니다. 없었던 일로해주십시오. 충격적 효과를 주려고 했던 일입니다]

기자들이 신총장 대신 참석한 남기홍교무처장에게 묻기 시작했다. [교협의의결된 의사가 아니라 박의장 혼자 결정임을 알고 있었습니까?]남처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교협의 뜻이 아니라 박의장 개인 뜻인줄 알면서그랬다는 얘기였다.

양측 모두가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취임 2주일밖에 안된박의장의 무모한 저돌성이 안타까웠다.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한 신총장측은또 어떤가. 바로 이같은 사고방식이 현대분규를 일으키기까지 했음을 생각도안했을까. 이 한심함이 대구대사태의 본질은 아닐까 생각케 하는 난센스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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