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염불암 가는길

태초의 산은 다만 능선과 계곡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때 산은 하나님의 소유였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빚어진 사람이 산으로 들어오면서 오솔길이 생겨났다. 그래서 시인들은 {산이 오솔길을 데불고 하늘로 올라가네}라고 노래한다.산은 질서로 충만하다. 빛밝은 햇살조차 뚫고 들어올수 없는 짙은 수림속에는 잡목과 풀꽃들이 살지 못한다. 그러나 엉성한 소나무숲속에는 물푸레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이 이웃으로 서있고 관목과 오만 풀들이 엷은 햇살을 하늘로착각하고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조화다. 산은 철따라 옷을 벗었다 입었다한다. 푸른 잎새들로 온산이 푸르름 천지가 되면 꽃의 붉음으로 찬란한 치장을 한다. 그러나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면 온몸을 단풍으로 불태운후 가졌던모두를 버리고 나목으로 겨울앞에 선다. 이것 역시 사계의 질서이자 신의 조화이다.암자주변 매연오염 쉴 휴자를 풀어보면 사람이 나무와 함께 얼려 있다. 나무밑이 최상의 쉼터라는 뜻이다. 사람이 산과 함께 있으면 신선 선자가 된다.그래서 인자낙산이라 했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일생을 여름날 나무그늘에서잠시 눈을 붙이는 순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산을 오솔길만든 사람들이 흐려 놓고 있다. 조화를 부조화로, 질서를 무질서로 비틀어 놓고 있다. 산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지는 이미 오래다. 이젠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시달리고 있다.

가까운 팔공산에 가보자. 산자락을 잘라 만든 순환도로는 득실이 반반으로어쩔수 없었다고 치자. 그런데 어쩌자고 오솔길이 넓어져 시멘트로 포장된 자동차길이 힘줄처럼 뻗어 하늘로 올라 갔는가. 나원암&양진암을 비롯, 팔공명산 중턱에 자리한 념불암가는 길이 혀를 빼문 차량들이 오르막을 기어오르면서 토해낸 배기가스로 오염되다니... 동화사 본가람에서 오리 상거한 암자에까지 찻길을 연 것은 절대로 부처님의 뜻은 아닐 것이다. 도립공원을 관리하는 공무원과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명상끝에 부처님을 만나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도록 만든 스님과 신도들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다. 팔공산중턱이 자동차의 매연에 시달린다는 것은 자연에 대한 배신이며 신에 대한 도전이다. 그 벌은 저지른 자들이 반드시 받게 될 것이다.

환경은 백년지대계 정부는 16일을 국토대청결운동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쓰레기 치우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산림청은 지난10일부터 11월15일까지 45일간을 산지정화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쓰레기를 버리면 2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어처구니없는 안을 내놓았다. 정부차원의 국토청결운동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과중한 과태료를 물리는 단속방안은 너무나 졸렬스럽다. 왜냐하면 2백만원이란 금액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8개월치 봉급에 해당하는 거액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실효성이 없을뿐 아니라 만일 강행한다면 정부의 불신은 무엇으로도 씻을수 없을 것이다.

환경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가백년지대계로 삼고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한다. 대통령이 쓰레기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마디 했다고 해서 당장 대청소일을 정하고 쓰레기한톨에 2백만원의과태료를 부과하는 터무니없는 졸속행정을 밀고나가선 안된다.단속방안 너무 졸렬 첫째 학교.가정.직장.군을 통해서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한다. 둘째 감시하는 일과 줍는일을 행정.직장.학교단위로 이중 삼중 다원화하되 책임제로 해야 하며 셋째 언론매체등을 통해 쉬지않는 캠페인을 벌여야하며 넷째 줍는자는 보상하고 버리는 자는 규제하는 이상적 차원의 상벌체계가 확립되어야 하며 다섯째 원천적으로 쓰레기등 환경오염물질이 감소되도록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환경은 줍는 손에 달려있지 않고 버리지 않는 마음속에 매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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