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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예술비

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가 건립된 곳이다. 달성공원의 상화시비가 바로그것이다. 작지만 단아한 그 시비는 오세창선생의 제자에 김소운선생이 지은비문을 죽농선생의 글씨로 새긴, 말하자면 최고의 품격을 지닌 시비이다. 소운선생은 비문에서 {시인의 조찰한 생애를 기념하는 뜻과 뒤에 남은 자의 허술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자는 생각으로} 비를 세운다고 하였다. 자꾸 읽어도 가을하늘처럼 맑고 조찰한 그 뜻이 최초의 시비다운 맛을 더하고 있다.며칠전 망우공원에선 대구의 향토서예가로 이름 높았던 소헌 김만호선생의예술비가 세워졌다. 선생의 높은 학덕과 청정했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하며선생을 흠모해 온 봉강서회 회원들이 뜻을 모으고 향토유지의 협력을 얻어건립된 기념비이다. 선생은 생전에 학채를 받지않았다고 한다. 글씨를 배우고자하는 사람이 있으면 붓과 먹을 주어가며 배우도록 하였으며, 글씨쓰는 것은예의 세계가 아니라 도의 경지이므로 서예란 명칭을 싫어하시고 서도라고 부르도록 하셨다는 것이다. 선생의 글씨를 감상해도 조형적인 형태미보다 굵고투박하지만 본질이 순후하여 구수한 큰맛이 우러나는 서품의 세계임을 알수있다. 영남의 기질다운 글씨인 것이다. 영남도 호남못지않은 서화가가 많건만 서화가를 사랑하며 그 작품을 애호하는 정신은 호남수준에 어림없는 판에,소헌선생 예술비건립은 향토예술 진흥을 위한 뜻깊은 일이 아닐수 없다. 아울러 대구가 낳은 근대 서화단의 종장이었던 석재 서병오선생의 예술비 건립운동이 뜻있는 분들에 의하여 전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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