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넓게 열린 문앞에서

서울에 가게되면 여러모로 편리한 전철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타는 곳을 찾아서 계단을 내려서면 노란줄이 쭉 그어진 곳곳에 {승차위치}라고 적혀있다.그 뒤편으로 사람들이 차례를 지키면서 신문을 읽거나 동행끼리 정담을 나누며 차를 기다리는 여유있는 모습을 볼수있다."아! 이제는 우리도 질서문화가 정착되어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보기좋은 모습이다. 차가 곧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있은후, 도착된 차는 정확하게 승차위치에서 문을 활짝 연다. 그순간, 여유있게 차례를 지키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바빠지면서 문입구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부딪치고, 한순간에 줄서기 문화는 무너진다.늘 쫓기듯 살아온 바쁜 생활습관과, 가는 곳까지 앉아서 가야겠다는 자리다툼의 행동들이 빚어낸 줄서기문화의 한 단면이다. 타인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행동들이 남아있는한 우리의 줄서기문화는 넓게 문이 열리는그 순간에 여지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95년이 되면 대구에도 전철이 완공되어 운행된다고 한다. 넓게 열린 문앞에서도 차례를 지키는 여유있는 대구시민들을 생각해본다. 질서를 어기면서까지누리는 자신의 편안함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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