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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봄은 왔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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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때 되면 늘 오는 봄이거늘, 우리는 올 봄을 유난히도 애타게 기다렸다. 기다림이 애절한 만큼 지난 겨울은 길고 지루했으며 별나게도 추웠다.

포근해 보여야 할, 까만 세상을 뒤덮은 하얀 눈이 보기에도 지겨운 '애물단지'로 퇴락하기도 한 지난겨울이었다. 이토록 지겹다 못해 지친 가운데 맞이한 봄이니 올 봄맞이야말로 못내 반가운 것이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이맘때면 되풀이되건만, 무거운 겨울옷을 장롱 속으로 밀어 넣고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던 화사하고 가벼운 봄옷을 끄집어내 터는 손길이 여느 때와 다르다. "찬바람이여 이제 봄의 향기에 순응해 굴복하라" 봄옷을 정리하는 통과의례는 어느 듯 생활의 변화를 기다리는 손길이 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 손길, 봄맞이를 그저 계절의 바뀜으로만 여기기 않고 상징적 기호로 풀이하고픈 마음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

봄 맛이 듬뿍한 외식을 찾아 정리가 안 돼 어수선한 집을 나선다. 한국은 유별나게 먹자골목이 많은지라 식당 찾을 걱정은 없다. 아무 식당이나 눈에 띄는 대로 들어갈 양으로 봄바람을 즐기며 걷는다.

곧 식당이 보였고, "봄나물을 잔뜩 넣은"을 강조하며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종업원이 나른 음식은 된장찌개가 아니라 김치찌개였다. "저 된장찌개 시켰는데요?" 다른 테이블로 갈 것이 잘못 왔겠지 생각했다.

종업원이 가다 멈춰 힐끗 쳐다본다. "우리 집 김치찌개, 된장찌개보다 훨씬 맛있어요" "예?" "봄나물도 된장찌개보다 많이 들어가요" 불쾌한 표정으로 종업원을 바라보자 종업원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성질 급한 나는 더 따지기보다는 휑하니 식당을 나와버렸다. 아무 음식이나 상관없었다, 봄나물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러나, 종업원이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왜 내 생각을 함부로 저울질하는 지 그게 못마땅했다.

계절은 제 역할에 충실하다. 겨울은 겨울답게 굴고 봄은 봄에 걸맞은 분위기를 낸다. 그러니 우리가 그 변화를 즐기고 거기에 의미도 부여한다. 제 역할에 무관심하니, 계절이 바뀌어도 삶은 여전히 겨울인 듯 싶어 씁쓸하다.

가야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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