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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광기의 수도사, 사보나롤라

1498년 오늘, 피렌체의 종교 지도자 지롤라모 사보나롤라가 광장에 마련된 화형 대 위에 섰다. 주위에는 많은 군중이 그의 최후를 지켜보려고 나와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사보나롤라에 열광하던 피렌체 시민들이 반감 가득한 표정을 짓거나 고함을 지르며 그의 화형을 재촉했다. 이윽고 불길이 타올랐다.

1452년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에서 태어난 사보나롤라는 20대에 도미니크회 수도원에 들어가 공부했고 1491년 피렌체의 산 마르코 수도원장에 부임했다. 종교적 열정에 가득 찼던 그의 눈에는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가 '악의 도시'로 비쳤다. 그는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고 피렌체의 지배자인 메디치 가문을 비난했다. 심판의 날이 가까웠다는 계시론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세속적 부와 윤리적 방종, 예술의 타락을 공격했다. 피렌체 시민들은 그를 구원자로 여기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1494년, 피에로 데 메디치가 프랑스의 침략으로 쫓겨가자 영향력이 더욱 커진 그는 피렌체를 신정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 시민들에게 금욕적이고 검소한 생활을 강요하면서 이교 서적과 미술품, 사치품을 불태우는 '허영의 소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신앙이라기보다는 광기에 가까운 그의 행동에 차츰 질린 시민들이 돌아서 버렸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에게 파문당하고 인심을 잃은 그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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