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알아줄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송힘
송힘

부산 광안리 근처에 복요릿집 골목이 있다. 예전 사무실 근처라 점심때면 자주 복지리를 먹었다. 복어 골목이라고 해서 복요릿집이 5곳 정도 있었는데 유독 한 군데만 줄을 서서 먹는 유명 맛집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남들 따라서 줄을 서서 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 사무실에 손님이 왔는데 그 가게가 예약되는 곳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다른 복요릿집에 손님을 모시고 갔다. 근데 늘 줄 서서 먹던 유명 가게와 맛이 별다를 게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줄 서서 먹는 사람들을 비웃으며 한적한 가게에서 여유롭게 복지리를 즐겼다. 근데 식사를 하는 중에 콩나물 껍질이 나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머리카락도 아니고 벌레도 아니고 복지리에 복어보다 많이 들어가는 게 콩나물인데 콩나물 껍질 한두 개쯤이야. 그런데 그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콩나물 껍질이 한두 개씩 발견되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전 줄 서서 먹던 집에서 복지리를 수없이 먹을 때 콩나물 껍질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었나? 답은 없었다이다. 줄 서서 먹는 맛집의 비결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나는 그날 분명히 알게 되었다. '콩나물 껍질을 100% 손질한다.'

예술가의 최대 관심사는 '알아줄까?'이다. 연주자는 나의 연주를, 화가는 나의 그림을, 무용가는 나의 춤을 알아줄까를. 처음 기획하고 제작하고 완성하고 무대에, 갤러리에 작품을 올리고 전시하는 내내 이 질문들을 하게 된다. 그런 예술가를 힘 빠지게 하는 말이 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사람들은 몰라"라는 말이다.

예전 다른 지역에서 공연하기로 해서 미리 공연 장소에 무대와 음향을 확인하러 갔었다. 무대는 괜찮았지만, 음향은 공연장에 설치된 것이 연주용이 아니고 연설용이라 음향 기기를 임차해야 할 것 같아 기획하신 분께 음향 렌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분이 "이제껏 다른 연주팀도 다 이 음향을 사용했었다. 뭘 그렇게 까다롭게 그러느냐. 공연 보러 오시는 분들 시골분이고 노인분들이다. 들어도 잘 모른다. 그냥 해 달라"고 했다. 그 말에 수긍할 순 없었지만 뭐라고 더 이야기하면 정말 까탈스러워 보일까 봐 그냥 그 음향으로 공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은 엉망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리가 들리지조차 않았다. 공연 후 주최 측에서 연주자에게 나가시는 관객에게 인사를 해주길 원했다. 실패한 공연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일일이 관객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때 많은 관객이 우리에게 연주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음향이 안 좋았다고 예전에도 음향이 말썽이더니 아직도 그렇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랬다. 알고 계셨다. 그리고 알아주셨다.

'알아줄 거야'라는 믿음은 예술가를 부담스럽게도, 힘 나게도, 세세하게 완성도를 높이게도 한다. 예술가만 그럴까?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 2018년 힘내자. 세상은 우리의 수고를 알아준다.

송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