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가 점점 '정치 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올림픽에 앞서 올림픽 경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 체제 선전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부대 행사가 잡다하게 열리기 때문이다. 남북이 17일 회담에서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 공동 훈련과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 행사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렇다. 북한 예술단 140명에 응원단 230명을 파견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이 김정은의 대표적 치적으로 선전하는 시설이다. 여기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합동 훈련을 하면 '김정은 치적'의 선전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남한 스키 선수가 북한의 선전도구로 이용당하는 꼴이다. 평창올림픽과도 관계가 없다. 통일부는 공동훈련을 '평화올림픽' 구상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동훈련을 하게 될 남한 선수는 국가대표가 아니라 '유망주'다.
금강산에서 남북 합동 문화 행사를 열기로 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 문화 행사가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힘을 보태주는 것밖에 안 된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문화 행사에서 북한이 체제 선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북한 정권의 행태로 보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정부는 문화 행사 공동개최에 합의하면서 이런 가능성도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17일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 모두 북한의 제안이나 요구가 없었는데도 정부가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개회식에 입장키로 한 합의 사항은 이미 지난 1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그때도 북한은 이와 관련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한반도기 공동입장'은 국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다. 뭐가 아쉬워 이렇게 저자세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훌륭한 구상이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 선전을 도와줄 수 있고, 위장 평화 공세에 뇌동(雷同)하는 것이 '평화올림픽'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 북한의 속셈에 놀아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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