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의사가 아닌 요리사라는 직함을 달고 주말마다 서울 청담동의 M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일이 끝나면 요리의 감각을 기른다는 핑계로 서울시내 유명하다는 식당을 부지런히 다녔다. 한 끼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들이 책정된 식당이 대부분이라 동료 요리사들에게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받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방문한 유명식당의 음식이 항상 맛있다거나 특별한 것을 먹는다는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맛있는 음식이나 유명한 요리사 그리고 소문난 식당 등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관련 미디어의 정보가 넘쳐흐르고, 그 정보들은 맛있는 식당이라는 뜻의 '맛집'으로 포장돼 우리에게 자주 소개된다. 음식의 가장 손쉬운 평가가 그 음식이 잘 팔리고 있는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음식도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예술작품과 확연히 다른 요소들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감상과 동시에 소멸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인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는 음식에 대해 '파괴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음식은 먹으면 없어진다. 10여 초 입안에 맛과 향이 돌고 나면, 저작운동에 의해 마구 뒤섞이고 연하운동으로 식도와 들문(Cardia)을 지나 위액에 의해 스멀스멀 녹아내린다. 이것이 과연 예술이었는지 알 수도 없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보관과 복제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다른 예술인 음악과 미술은 현물 또는 저장매체로 소장 가능하여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 다시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은 상해버리기에 다른 예술처럼 오랫동안 보관할 수도 없고, 재료, 환경, 시현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에 비슷하게 재현만 할 수 있을 뿐, 복제한다는 개념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 너무나 맛있었던 식당도 다시 방문하면 실망할 수 있고, 그다음 방문에서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맛집'이라고 일컬어지며 소개되는 정보들에 대한 회의감이 없지 않다. 알려진 '맛집'들은 그날 그 음식을 먹은 누군가의 감동일 뿐, 내가 똑같이 느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나만의 맛집'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음식 철학 때문에 언젠가부터 굳이 '맛집'에 얽매여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추천하는 이 식당이 누군가에게 큰 실망감을 줄 수도 있고, 우연히 방문하여 먹게 된 다른 식당이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 음식이다. 그저 자기 입맛에 맞춰 마음 가는 곳에서 순간순간 먹고 싶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음식이라는 예술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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