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현조부 찾은 허미미 "4년 뒤엔 金 딸게요"

파리 올림픽 유도 銀·銅 재일교포 출신…군위 찾아 허석 선생 기적비 참배
"다음 LA 올림픽에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5대조 할아버지 기적비에 참배하겠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과 혼성단체 동메달을 획득한 허미미가 6일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 현 조부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참배 후 메달을 올려두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과 혼성단체 동메달을 획득한 허미미 선수가 6일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조성된 독립운동가 현 조부 허석 지사의 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다음 LA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제일 먼저 현조부 할아버지 기적비를 찾아오겠습니다."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과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허미미(22·경북체육회) 선수는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1리 독립투사인 현조부(5대조) 허석 선생의 기적비를 찾아 참배했다.

조선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명재상 허조의 후손으로, 독립투사 허석(1857~1920년)의 5대손인 허미미 선수는 이날 허석 선생의 기적비에 메달을 놓고 참배한 뒤 환영나온 김진열 군위군수와 체육계 인사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올림픽 은메달·동메달의 감격을 되새겼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허미미 선수에게 삼국유사 목판을 전달하고, "다음 LA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라 6세 때부터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유도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유도 유망주로 주목받던 허미미는 일본 명문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이던 2021년 일본과 한국의 복수국적이었으나 한국 국적인 할머니가 "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에 따라 국적을 한국으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살인 여동생 미오도 언니를 따라서 유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언니 허미미는 2021년 9월 1일, 동생 미오는 2023년 1월 1일 경북체육회에 각각 입단, 유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허미미 선수는 "그동안 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했는데, 은메달이어서 아쉽다. 그래도 메달을 가지고 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다음 LA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5대조 할아버지 기적비를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독립투사인 허석 선생은 1918년 8월쯤 군위군 의흥면으로 통하는 도로 부근의 눈에 잘 띄는 암벽에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에게는 두 임금이 없다. 충(忠)은 곧 생명을 다하는 것이요 마땅히 힘을 다하는 것이다. 어버이를 섬기는 도(道)와 임금을 섬기는 마음은 우리와 더불어 다를 것이 없는데 어찌하여 임금이 다른가. 너희들은 우리나라 일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닌, 즉 나라 잃은 백성이라 어찌 아픈 노릇이 아니겠는가, 너희가 어찌 원수가 아니겠는가. 너희들은 일시에 진멸(盡滅)코자 하노라"는 내용의 격문을 붙여 동포들의 항일의식을 고취시켰다.

이 격문으로 일제 경찰에 체포돼 1919년 5월 3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른 후 출옥 3일 만에 63세 나이로 순국했다.

정부에서는 허석 선생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82년 대통령 표창,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