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4인 가족 기준으로 조사 기관에 따라 19만6630원에서 39만7700원까지 벌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18일 내놓은 24개 성수품 기준 조사와 한국물가정보가 지난 7일 발표한 대형마트 기준 조사를 비교한 결과다. 같은 명절 상차림인데 값이 두 배로 갈리는 이유는 물가가 아니라 '몇 가지를 올리느냐'에 있다. 유림 본산인 성균관이 확정한 표준 차례상의 음식은 기본 6가지, 가족이 합의해 더 얹어도 9가지가 최대다.
◆ 19만6630원과 39만7700원, 갈림길은 품목 수
한국물가정보 조사에서 전통시장 차례상은 30만2500원으로 지난해보다 1.2% 올랐다. 대형마트는 39만7700원으로 1.6% 상승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6일 공개한 전국 6대 도시 28개 품목 조사에서는 전통시장 기준 30만3750원이었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31만360원으로 가장 높고, 광주가 29만8220원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같은 날 발표한 34개 성수품 기준 조사에서 6인 가족 전통시장 비용은 24만5000원이었다. 지난해보다 5.1% 올랐고, 똑같은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사면 약 29만원으로 15.7% 비싸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2차 제수용품 조사 결과는 22일 기준 30만9000원으로, 3주 전보다 1.2% 내렸다.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제각각인 것은 조사마다 필수 제수용품으로 잡는 품목이 24개에서 36개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품목표가 길어지면 비용은 자동으로 늘어난다.
◆ 성균관 표준안 기본 6가지, 전 부치기는 제외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면서 기본 음식으로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6가지를 제시했다. 가족이 합의하면 육류와 생선, 떡을 더할 수 있다. 그래도 9가지면 충분하다는 것이 위원회의 권고다.
명절 부엌의 최대 노동인 전 부치기는 아예 목록에서 빠졌다. 위원회는 기름에 지지거나 튀긴 전이 사계전서 등 유교 문헌에서 예법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며 제외를 권고했다. 홍동백서와 조율이시도 마찬가지다. 위원회는 당시 표준안에서 두 표현이 과거 예법 문헌에 나오는 근거가 한 건도 없다며 과일은 편한 순서로 놓으면 된다고 밝혔다.
◆ 국민 37.1% "적정 비용은 10만원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리서치뷰와 함께 조사해 2022년 8월 공개한 제례문화 인식조사에서 일반 국민 40.7%는 차례에서 가장 개선할 점으로 상차림 간소화를 꼽았다. 유림 응답자도 41.8%가 같은 답을 했다.
같은 조사의 세부 표를 보면 간소화 요구는 여성 43.7%, 남성 37.6%로 6.1%포인트 차이가 났다. 20대는 1순위로 간소화 대신 남녀 공동 참여(35.0%)를 지목했다. 부담의 무게가 성별과 세대에 따라 다르게 걸려 있다는 뜻이다.
적정 비용을 묻자 국민 37.1%가 10만원대를 골라 1위였다. 유림은 20만원대(41%)가 가장 많았다. 음식 가짓수에서도 국민은 5~10개(49.8%)를, 유림은 11~15개(35.0%)를 최다로 꼽았다. 간소화를 원한 응답자의 82.3%는 적정 가짓수를 5~15가지 안으로 답했다.
◆ 퇴계 종가 5가지, 안동 종가 40곳도 줄였다
간소화는 종가가 먼저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 2월 내놓은 문헌 분석을 보면 주자가례 원전의 차례는 술과 차, 과일만 올리는 약식 의례다. 기제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안동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은 술과 떡국, 명태전, 북어, 과일 한 접시 등 5가지다. 같은 연구기관이 이달 6일 공개한 실태조사에서는 안동 일대 종가 40곳이 제사 시간과 상차림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 지방은 6×22cm, A4 한 장에 3매
붓글씨가 부담이면 인쇄로 대신하면 된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 2024년 1월 정리한 가정의례 표준 규격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23년 7월 갱신한 백과사전 지방 항목을 보면 지방 규격은 폭 6cm, 길이 22cm다. 민간 웹·앱 서비스는 제주와 고인의 관계를 선택하면 해서체 한자로 변환해 A4 한 장에 재단선을 넣은 3매 규격으로 출력해 준다.
스마트폰만으로도 된다. 모프리아 얼라이언스가 올해 1월 안내한 모바일 프린트 규격을 보면 Mopria나 AirPrint를 지원하는 복합기에서는 PC를 거치지 않고 무선으로 바로 뽑는다. 종이 신위 자체를 생략해도 된다. 위원회는 지방 대신 고인의 영정 사진을 모시는 것도 예법상 무방하다고 2022년 표준안 회견에서 밝혔다.
◆ 표준안 4년, 상차림은 아직 다섯 줄
권고가 현장을 다 바꾸지는 못했다. 위원회는 고문헌에 전 부치기나 홍동백서 배열법이 없는데도 일부 종중이 전통 격식을 이유로 5열 진설을 고수해 세대 갈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밤에 지내는 기제사와 아침 의식인 차례의 구분이 흐려져 20가지가 넘는 음식을 올리는 상업적 관행도 계속된다는 것이 국학 연구기관 연구진의 분석이다.
명절 스트레스의 원인도 그대로다. 인크루트가 2022년 1월 내놓은 설문에서 응답자 60.0%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차례 음식 차리기를 꼽았다. 친척 모임(15.6%)의 네 배였다.
민속학과 의례문화를 연구하는 한 국학 연구기관의 수석연구위원은 "차례는 조상에게 안부를 전하는 의식인 만큼 제사처럼 상을 크게 차리는 것은 예법의 취지와 거리가 멉니다"라며 "상차림의 규모보다 예를 갖추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이 전통 방식입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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