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남은 전을 녹였다가 다시 얼리면 식중독균이 한 번 해동했을 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 내놓은 냉동식품 안전성·미생물 증식 실험 평가 결과다. 명절 음식의 안전은 얼마나 오래 익혔느냐가 아니라 상온에 몇 시간 뒀고 몇 번 녹였느냐에서 갈린다. 차례상에 올렸던 모둠전을 상온에 둔 뒤 다시 냉동했다가 전자레인지로 살짝 데워 먹고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해마다 이어진다.
◆ 해동한 전을 다시 얼리면 균 10배 이상
식약처는 21일 추석 명절 음식 보관법과 안전한 장보기 수칙을 알리며 냉동식품은 해동한 뒤 다시 얼리지 말고 곧바로 조리하라고 했다. 얼어 있는 동안 멈춰 있던 세균이 해동과 함께 다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전을 한 봉지에 몰아 담는 것이다. 한 번 꺼내면 전부 녹고, 먹고 남은 것은 다시 냉동실로 들어간다. 식약처가 1회분 소분을 강조하는 이유다. 대량으로 끓인 고기찜도 냄비째 두지 말고 여러 용기에 나눠 담아 5도 이하에서 식혀 보관해야 한다.
◆ 상온 2시간에 64배… 해동은 냉장실이나 전자레인지로
식약처 설명으로는 해동한 육류를 15~30도 상온에 2시간 두면 식중독균이 최대 64배까지 늘어난다. 조리를 마친 명절 음식도 상온 방치 2시간이 한계선으로, 그 안에 먹거나 냉장·냉동해야 한다.
해동 방법도 갈린다. 온수나 상온에 꺼내 두지 말고 냉장실이나 전자레인지를 써야 한다. 흐르는 찬물에 녹일 때는 4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다시 데울 때는 중심온도 75도 이상으로 속까지 끓여야 한다. 햄과 고기완자 같은 육가공품은 75도에서 1분 이상, 굴과 조개 등 어패류는 85도에서 1분 이상이 기준이다.
식약처는 "추석 무렵에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더라도 낮에는 기온이 올라갈 수 있어 명절 음식을 상온에 보관하면 식중독균 등 세균이 증식할 우려가 있다"며 "음식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보랭 용기를 이용해 보관하며 섭취 전 반드시 충분히 재가열해달라"고 밝혔다.
◆ 가을 퍼프린젠스 21건 최다… 장조림 400명 집단 발병
식약처가 집계한 최근 5년간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식중독 62건 가운데 가을에 터진 것이 21건, 33.9%로 계절 중 가장 많았다. 대량 조리한 음식을 실온에서 천천히 식히는 동안 이 균이 번식하는 탓이다.
축제 전날 큰 솥에 만든 장조림을 실온에서 식혀 이튿날 내놓았다가 주민 400여 명이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있다. 가을철 야외 행사장에서 대량으로 조리해 상온에 둔 돼지불고기를 먹고 259명이 집단 감염된 일도 식약처가 대표 사례로 든다. 대량 조리와 나눔이 겹치는 명절 가정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
◆ 냉동실은 멸균실이 아니다… 생선전 1개월·갈비찜 3개월
냉동실에 넣었으니 안심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위험하다. 식약처 식품별 냉동 보관 권장 기준을 보면 익힌 생선전 같은 어류 조리식품의 한계는 최대 1개월이다. 익히지 않은 생선은 2~3개월이다. 조리를 거친 순간 보관 가능 기간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갈비찜과 불고기 등 조리된 육류는 최대 2~3개월, 손대지 않은 쇠고기는 1년까지다.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 냉장실은 5도 이하를 지켜야 이 기간이 성립한다.
냉장고를 꽉 채우는 것도 문제다. 적재율이 용량의 70%를 넘으면 냉기가 돌지 못해 내부 온도가 2~3도 올라간다. 그만큼 보관 가능 기간도 짧아진다. 명절 음식이 몰리는 연휴 사흘이 가장 취약한 구간이다.
◆ 끓여도 아포는 남는다… 산업체 예외 규정의 오해
가열이 만능은 아니다. 퍼프린젠스균은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끓인 뒤에도 살아남는다. 음식이 천천히 식어 60도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깨어나 번식한다. 재가열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식약처는 설명한다. 냉동 상태에서도 리스테리아 같은 저온성 세균의 위험은 남는다.
재냉동을 둘러싼 오해도 있다.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은 산업체가 대용량 냉동 원료를 일시 해동해 소분한 뒤 다시 얼리는 것을 예외로 허용한다. 소분이라는 목적에 한정된 규정인데, 이를 집에서도 반복 재냉동이 무방하다는 뜻으로 읽는 경우가 나온다. 가정에서 남은 조리식품은 이 예외에 들어가지 않는다.
식품공학을 가르쳐 온 한 사립대 명예교수는 2022년 11월 "가정에서 요리하듯이 해동을 해서 몇 시간씩 외부에 노출시켜두는 것은 식품의 변질을 불러올 수 있다"며 "녹였다, 얼렸다를 반복하게 되면 수분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드립현상으로 영양 성분도 빠져 나오고, 조직도 파괴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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