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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 오른 유시민-靑 갈등, 예형과 조조? [시사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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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1959~), 예형(173~198), 이재명(1963~), 조조(155~220).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유시민(1959~), 예형(173~198), 이재명(1963~), 조조(155~220).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1

청와대와 범여권 대표적 '비판 스피커' 유시민 작가 사이 갈등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발언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한 유시민 작가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24일 알려진 것.

다만 아직 청와대가 법적 조치를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후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청와대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유시민 작가가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이 좀 묘하다. 뉴스가 나온 날이 추석 연휴 첫날이다. 명절이면 대통령 지지율과 각종 정치 현안이 이른바 '추석 밥상 민심'에 오르곤 하는데,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날을 택했다고 확인할 근거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지율이라는 익숙한 '메인 메뉴' 옆에 유시민-청와대 충돌이라는 꽤 자극적인 '반찬' 하나를 내놓은 셈이다.

YTN라디오 유튜브
YTN라디오 유튜브

◆"대통령이 국민 속였다"…여권 밖 아닌 안에서 날아온 직격탄

발단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애초 최대치의 목표는 법무부 안에서 수사 담당 검사와 기소 담당 검사를 분리하는 것이었다며 "현재 개혁은 그 이상으로 진척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자 유시민 작가는 22일 미디어오늘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이 알고 있던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방향 및 대통령 공약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 자체는 일관됐다며 유시민 작가의 해석을 문제 삼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현재 공직자도 현역 정치인도 아니다. 다만 전직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이자 여권 지지층에 영향력이 큰 정치 논객이다. 야권의 공격보다 여권 내부와 가까운 인사의 비판이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미디어오늘 유튜브

◆1800년 전 조조 앞에도 있었다…'말을 참지 않는 사람' 예형

1800년 전 삼국지 시대 조조 앞에도 '말을 참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예형이다.

예형은 후한 말 뛰어난 문재와 언변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성품이 강하고 오만해 사람을 가리지 않고 혹평했다. 공융의 추천으로 조조에게 이름이 알려졌으나 조조를 업신여겼고, 결국 조조 앞에서도 모욕적인 언행을 이어갔다.

조조라고 화가 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정사 '후한서' 예형전에는 조조가 예형을 죽이는 것은 참새나 쥐를 죽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지만, 예형에게 이미 명성이 있어 자신이 그를 죽이면 사람들이 "조조가 사람 하나 포용하지 못한다"고 여길 것을 우려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조조는 직접 칼을 대는 대신 예형을 유표에게 보냈다.

조조의 요즘 말로 '고능한' 처신이 눈길을 끈다. 그는 권력자인 자신이 비판적인 명사를 직접 제거했을 때 생길 평판까지 계산한 셈이었다.

독설을 구사하는 예형과 지켜보는 조조. AI로 생성한 이미지
독설을 구사하는 예형과 지켜보는 조조. AI로 생성한 이미지

◆조조도, 유표도 직접 손대지 않았다…예형 '폭탄 돌리기'의 끝

예형의 독설은 유표에게 가서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표와 형주의 명사들이 예형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예형이 유표까지 거듭 업신여기자 유표 역시 그를 감당하지 못했다. 유표는 성격이 급한 강하태수 황조에게 예형을 보냈다.

황조도 처음에는 예형의 글솜씨를 높이 샀다. 하지만 연회에서 예형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모욕하자 격분했고 결국 예형을 죽이라고 명했다. 예형은 당시 26세였다. 황조는 뒤늦게 예형을 죽인 걸 후회했다고 '후한서'는 전한다.

삼국지연의는 이 대목을 한층 극적으로 각색한다. 조조와 유표가 모두 예형을 직접 죽였다가는 '선비를 해쳤다'는 악명을 뒤집어쓸 것을 의식해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처럼 묘사한다.

처형되는 예형과 후회하는 황조. AI로 생성한 이미지
처형되는 예형과 후회하는 황조. AI로 생성한 이미지

◆유시민은 '현대판 예형'?…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

다만, 유시민을 '현대판 예형'으로 그대로 등치시키기는 어렵다.

예형은 정책이나 국정운영에 대한 논쟁을 넘어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언행을 반복했다. 반면 이번 유시민 작가 발언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과 공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라는 공적 정책 논쟁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과 업무 수행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 돼야 하며, 정부나 국가기관 자체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해왔다. 다만 공격이 공직자 개인을 향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실제 법적 대응이 이뤄진다면 무엇을 문제 삼아 누구의 이름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지도 쟁점이다.

유시민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이 구체적 사실 적시인지 정치적 평가·논평인지에 따라 명예훼손 성립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또 대법원 판례상 청와대 같은 국가기관 자체는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어, 결국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명예 침해 여부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리와 별개로 정치적 부담도 있다.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 현직 공직자도 아닌 민간 논객의 정책 비판에 형사 절차로 대응할 경우 "과잉 대응"이라는 역풍을 부를 수 있어서다. 검찰개혁이라는 공적 사안인 만큼 법적 대응보다 공개 반박과 토론으로 맞서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벌써 7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소통'이라는 토론 방법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이재명 대통령 X(구 트위터)
이재명 대통령 X(구 트위터)

◆권력은 '불편한 우리 편'을 어디까지 품어야 하나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은 불과 닷새 전인 19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권 지지층을 "대통령의 친구"라고 부르며 "혐오와 비아냥을 버리고 사실과 애정에 기반한 합리적인 비판에 나서달라"고 부탁했다. 그렇다면 그 '합리적인 비판'의 경계는 누가 정하는가. 유시민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이 사실에 근거한 비판인지, 사실관계를 왜곡한 과도한 공격인지는 논쟁하고 반박할 수 있다. 법적 책임의 유무는 실제 조치가 이뤄질 경우 법원이 판단할 영역이다.

1800여년 전 조조는 자신을 모욕한 예형을 충분히 죽일 힘이 있었지만 "사람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세평을 의식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권력에 요구되는 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일 것이다. 말이 거칠수록 반론 역시 말로 맞서는 토론 문화가 우선인지, 어느 선을 넘으면 법이 등장해야 하는지, 추석 첫날 밥상에 새로 오른 청와대와 유시민 작가의 충돌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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