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 경찰이 70년 넘게 한 아파트에 살아온 87세 노인을 23일(현지시간) 강제 퇴거시켰다. 수백 명이 항의하고 정부가 퇴거 명령을 비판했지만 집행은 강행됐다.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은 짐을 챙길 시간을 30분만 허락받은 뒤 들것에 실려 건물 밖으로 나왔고, 구급차에 태워져 이송됐다. 지지자들은 "마리카르멘, 혼자가 아니야!"라고 외쳤다.
아바스칼은 1956년부터 마드리드 생스 데 바란다 거리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이 아파트는 투자펀드 어바헤스티온이 매입한 뒤 임대료를 대폭 올릴 것을 요구했다. 아바스칼의 변호사에 따르면 한 개인이 임대료를 대신 내겠다고 제안했지만, 집주인 측은 새 임대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
변호사 베아트리스 두로는 법원 제출 서류가 심리 중이고 인도주의적 호소가 있었으며 공공기관이 대체 주거를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었음에도, 법원 집행관과 어바헤스티온 측이 퇴거를 유예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어바헤스티온은 자신들이 이른바 '벌처 펀드'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퇴거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25년 10월 첫 번째 시도가 중단됐고, 올해 6월 2일에도 여론과 법적 압박으로 마지막 순간 연기됐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도 스페인 정부에 퇴거를 중단하고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퇴거가 집행되자 건물 앞에서 긴장된 대치가 벌어졌다. 경찰은 입구를 막고 있던 시위대를 강제로 끌어냈고, 일부는 팔다리를 잡혀 들어 올려진 채 끌려나갔다. 시위는 마드리드에 그치지 않고 바르셀로나, 세비야, 오비에도, 아빌라 등 전국으로 번졌다.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주거 위기 해결을 촉구하며 당국을 비판했다.
어바헤스티온은 아바스칼을 지지한 마드리드 세입자 연합을 상대로 1만 유로(약 1,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공개 지지 활동이 불법이며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은 스페인 대도시에서 장기 세입자들이 처한 압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도시에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저렴한 주택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회·정치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26~34세 인구의 44.3%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스페인 좌파 연립정부는 세입자 보호 강화와 임대료 상한제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분열된 의회에서 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드리드 광역정부 수장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는 공공 부동산 기관을 통해 630만 유로(약 95억 원) 상당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매입한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 야당은 아유소가 공공 지출·투명성 규정을 우회해 이 주택을 개인 거주지로 쓰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아유소 측은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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