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근처에 몇달 전부터 빌딩 공사가 시작되더니 이제는철근 골조가 꽤 높이 올라갔다. 붉은 철근 골조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내년 이맘때는 그 곳에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솟아 있어 하늘을 보려면 머리를 더 뒤로 젖혀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사회 교과서에 실린 미국의 마천루가 무척 부러웠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왔고 이곳생활에 익숙해져 있기에도시를 떠난 생활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도시는 그런대로 매력적이었다.그러나 차량으로 가득 메워져 마치 거대한 주차장같은 도로와 인도, 차들이뿜어내는 시커먼 연기와 소음, 없어져만 가는 화단 분리대, 하늘로 올라가기만 하고 주위의 건물과는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물들, 시멘트틈으로뿌리를 내리고 병든 잎을 가진 허약한 나무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와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들로 요즘 나에게는 숨이 막히고 짜증스런 날이 많아졌다. 좀 더 윤택하고 편리한 생활을 위해 우리는 도시를 만들었다. 그런데그 도시의 기능이 현대에서는 더 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마비되어 버린 것 같다. 계획성없는 도시행정과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우리 탓에 이 도시가 활기를 잃고 죽어가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세워질 것이라는 수십층의 상가, 아파트의 소식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숲에서 잡혀와 상자속에 갇혀 쉬지않고바퀴만 돌리는 다람쥐처럼 회색빌딩숲에서 바삐 뛰어다니며 하루를 보내게될 자신을 떠올리면 누구나 다 우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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