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금단현상 냄비에 익혀야 할 음식을 서말찌솥에 넣어 끓이면 더딜뿐만아니라 제맛도 안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네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이와 닮은것 같은 생각이 들때가 많다. 새정부가 들어선후 사정이다, 개혁이다, 금융실명제다로 온통 요란스럽지만 뒤끝이 산뜻하지 못하고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는 기분이다.국민의 의식구조는 옛그대로인데 급격한 변화만 연속되는데서 오는 혼란과갈등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마치 하루에 2-3갑 피우던 골초가 갑자기담배를 끊을때의 금단현상 같은것이 도처에 확산되고있는 느낌이다. 냄비에익힐것과 큰솥에 삶을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무분별과 졸속함이 빚은후유증이라고 치부하기엔 증상이 자못 심각하다.
더구나 서슬퍼런 사정이 몇달째 계속되고 있는데 사회기강은 오히려 해이해져 간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그토록 갈구하던 문민정부가 들어섰는데우리 사회가 구심력을 잃고있는 것이다. 지난날의 왜곡된 군부통치,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사회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연유가 무엇인가. 이는 {위}와 {아래}가 따로노는 새정부의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일수도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연달아 일어난 대형참사도 따지고보면 바로 이같은 모순이 빚은 결과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중구조의 모순 산넘어 산이란 말이 있다. 힘겹게 꼭대기에 올랐는데 또 산이 가로막고 있을때를 두고하는 말이다. 여기서 흔히 고생이 되더라도 다음산으로 더 가자는 쪽과 이만큼에서 그만 두자는 쪽으로 갈라지게 된다. 지금우리사회가 이처럼 두갈래로 양분돼 있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해체현상과재구축, 부정과 긍정, 낙관론과 비관론이 상충하면서 혼재하고 있다. 이럴때가닥을 바로 잡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몫이다.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 것인가. 그 대답은 경우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또 선택여하에 따라 나라의 진운이 판가름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혼자서 모든것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다음 등산은 뒷사람에게 맡겨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패척결과 반개혁세력타도의 집념도 좋지만 빈대잡으려다 초가를 몽땅 태워서도 안된다. 설사 잡다만 새끼빈대가 있다하더라도 더 번식할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면 그로써 족한것이다. 4천만명이 북적대는 거대한 취낙에 어찌 빈대.벼룩 한마리없이 산다는게 가능하겠는가. 근본만 제대로 세우면 나머지 문제는 서서히 정돈되기 마련이다. 큰 물줄기를 잡아놓으면 작은 도랑물은 저절로 흘러 들어가는 이치에눈을 돌릴 때인 것이다.
신바람 나는 생기를 30년 군사정권때도 더러는 살맛나는 일이 있어 견뎌왔는데 새시대가 열린 마당에 마냥 움츠리고 산다는 것은 당치도 않는 일이다. 뭔가 신바람이 나야 하고 그것이 동인이 되어 생기가 넘치도록 해야 한다. 정치란게 별난 것인가. 끊이지 않는 충격보다 푸근함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쇼크요법도 한두번이지 자주 쓰면 사상하고 그 효과도 반감된다. 이숍우화의 늑대소년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제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일대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부패의 청산은 신한국을 위해 어쩔수 없이 거쳐야 하는 필수적 과정이지만 그것이 목표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한풀이식 사정은 이쯤에서 자제하고온 국민을 한데 끌어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급하게 고기와 생선 야채등으로 {개혁탕}을 만들었으면 간장과 마늘.고추도넣어야 한다. 이들 양념은 곧 살맛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일 것이다.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라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간도 맞지 않는 국을 계속끓이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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