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총리 방한 전용기 동승취재기

O...7일 오후 1시40분. 비행기가 동경만상공에 이르러 착륙준비를 할 즈음,호소카와(세천호희) 총리는 예고없이 특유의 웃는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올 때는 예정에 없는 모양"이라며 안전벨트를 매려던 기자들이 후다닥 모여들어 플래시가 터지고, TV카메라가 작동하는 등 부산.호소카와총리는 "아침 일찍부터 취재들 하느라 고생많았지요?"라며 빡빡한일정에 맞추느라 오전6시부터 뛰기 시작한 기자들을 먼저 위로. 기자들은 "어제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췄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라고, 6일오후 김해공항에서 경주로 가는 도중 엔진고장으로 승용차가 갑자기 정차, 빗속에서 차를 갈아탔을 때의 심경을 질문. 이에대해 총리는 "정말 놀랐다. 무슨 일이 생겼나하고. 김대통령은 모르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는 (일제가 아닌) '미제거라서 고장이 난 모양'이라고 조크를 하더라"며 웃어 기자들도 폭소.이어 김대통령의 인상을 묻자 "정말 솔직한 분"이라며 "좋은 느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고 대답.

O...6일 오후2시15분경 부산상공에 진입해 착륙을 15분쯤 남겼을때도 호소카와총리는 불시에 기자석으로 건너왔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다소 피곤한 표정의 그는, 본기자가 "지금 소감은 어떤가"고 묻자, 잠시 머뭇거린후 "늘 그렇듯이 자연체로 임할 뿐"이라고 응답. 회담준비는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정치개혁문제 때문에 자료를 못읽어봤다"고 방한자료를 아직 검토해보지 않았음을 실토. 그는 계속 팔짱을 낀채 좌석 팔거리에 걸터앉은 자세로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여기저기 연락하고, 전화가 와서 시간이 없었다"고 털어놔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는 정치개혁문제에 정신이 팔려있음을 노정.하지만 "김대통령과는 북한핵문제를 포함한 국제관계와 경제, 역사문제등 양국간의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실제로는 '공부'를 꽤 했음을암시.

O...한국으로 가면서 '뭔가 호소카와적인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던일본기자들은, 일본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양국관계에 새로운 하나의 출발점을 이룬 셈'이라고 이번 방한을 평가. 동경신문의 미즈노(수야태지)기자는"국내 일부 반발이 있겠지만, 총리가 과거문제를 분명히 반성.사죄한 것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지않겠느냐"고 말하고 "호소카와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국쪽은 어떨까를 질문.

O...한편 과거문제와 관련, 호소카와 총리의 분명한 표현에 외무성측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여 일본정부의 향후 태도가 주목. 6일 저녁 정상회담종료후회담내용을 전한 외무성 보도관계자들은, '식민지지배'와 창시개명 및 위안부연행등을 구체거론하고 사죄한 총리의 발언을 그대로 발표하지 않고, 종래수준으로 윤곽만 전했다가 한국측 발표를 전해들은 일본 기자들이 항의, 뒤늦게 발언록을 재공표하는 해프닝을 연출. 외무성측은 '메모일부를 빠뜨렸었다'고 변명했으나, 소식통들은 보상문제로 연결될 가능성등 때문에 처음부터못마땅해 했다고 전하고 7일 공동회견의 사죄관련 총리발언에서 '비도한 행위'의 비도라는 단어가 빠진것도 외무성의 강한 저항이 원인이었다고 귀띔.이에대해 일부기자들은 '역시 관료들이 앞서가는 총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며외무성측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질타.

O...호소카와총리 방한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경호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 우리의 경우, 과거 대통령 외국방문시 경호원들이 공항과 기내등지에서 삼엄한 '시위성 경호'를 펴고, 보안검색도 두세번씩 받는게 통례였다.물론 일본이라고 총리경호를 허술히 펼리는 없는데 이번 동승취재 과정에서는탑승자가 거의 눈치를 챌수 없는 경호체제였다는 사실이다.외무성이 사전 비표를 배부하긴 했으나, 하네다공항 출발시의 보안점검은 일반 비행기 승객용 검색대를 한번 통과하는데 그쳤고, 기내에 오를때 검색없이명단을 확인하는 게 전부. 기내에서 이어폰을 꽂은 경호원은 총리탑승직후한두명 보이다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총리가 타기전 자유로운기내외 취재를 허용한 것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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