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 그 격동의 오늘-(2)

"검문검색을 한답시고 경찰이 무고한 시민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놔라 해도 되는거요. 문민시대인데 달라진것이 없잖아"경찰서 형사계장 P씨는 출근길부터 뒷머리가 뻐근하다.

경찰에 몸담은지 20년, 그간 쉽게 보낸적도 없지만 이번 1년은 유독 힘겹다.강력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부하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진것 같다.반면 치안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비협조적인 자세는 한결 심해졌다.어젯밤 검문검색도 마찬가지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고 어떤 시민들은 {문민시대}를 들먹이며 아예 거부하기도 해 애를 먹인다.

흉악.파렴치범들도 문민시대와 인권을 내세우며 담당형사가 묻는 말에 대답을 제대로 않는 판이다.

**아침 조회(조회)시간**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업무수행하라지만 듣는 형사들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수사활동비 쥐꼬리

낮은 보수와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부하직원들의 형편을 생각하면 닥달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수사활동비래야 월 17만원, 몇년째 인상되지 않아 턱없이 부족하다.강력범과 민생침해사범을 쫓는 일만도 벅찬데 국토대청결운동에 참여해야 하고 기초질서 침해사범도 신경써야 하니 기획수사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올해들어 한결 엄격해진 징계처분은 직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저녁 석회(석회)시간**

형사들의 얼굴이 모두 피로로 찌든것 같다.

소주라도 한잔 사면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때문에 선뜻 말이안나온다. 예전같았으면 친분있는 관내 유지에게 도움을 청할수도 있었을텐데...

따져보면 현재 경찰이 겪고있는 혼란과 어려움은 모두 구시대 경찰의 잘못때문에 빚어진 업보같기도 하다.

인권을 도외시한 강압수사, 금품수수등 과거 경찰의 구조적 비리를 없애고신뢰받는 경찰상을 정립하기 위해 겪어야 할 진통이란 생각도 든다.좋아진 점도 없지는 않다.

**외압.청탁 사라져**

외부의 청탁과 압력이 사라진만큼 눈치볼것없이 법규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면 된다. 오후8시, 오늘은 강력사건도 없으니 일찍 퇴근해야겠다.미제 살인사건때문에 오늘밤도 파출소에서 밤을 새워야할 타 서의 동료를 생각하면 오후8시 퇴근도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가정을 돌볼틈없이 수사에 매달리는 형사들, 풍(풍)을 앓으면서도 찬 바람을쐬며 사건 현장을 쫓아다니는 형사도 있기에 이 정도의 치안이라도 유지할수 있는지 모른다.

"문민시대가 시작된 만큼 내년은 올해보다 사정이 나아지겠지..." 뻐근하던뒷머리가 다소 가벼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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