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 수성구 조양공원묘지.월남참전용사 15명이 쓸쓸히 지켜보는 가운데 이모씨(51.수성구 수성 3가)의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67년 월남전에 참전했던 이씨는 원인 모를 두통과 피부병, 체중감소로 고생을 하면서도 전국을 돌며 신발행상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이씨는 부인 강모씨(48)와 함께 열심히 일했지만 수입의 대부분은 약값으로나갔다.
늘어나는 약값으로 집안형편이 점점 어려워지는데다 부부가 함께 행상을 하면서 집안일에 소홀해지자 사춘기에 들어선 둘째 아들이 가출하는 시련까지겹쳤다.
나날이 약해진 몸에도 불구, 지난달 30일 강원도 삼척으로 신발을 팔러 갔던이씨는 오후 10시께 묵고있던 여관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그러나 해외참전전우회 수성지부 회원들은 이씨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숨졌다고 믿고있다.
[하늘에서 안개처럼 내리는 고엽제가 20년이 넘어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고자식들까지 두통과 피부병으로 고생하게 만들줄 누가 알았겠습니까]해외 참전전우회 대구지부 회원은 5백여명. 그중 신고된 고엽제 후유증 환자만도 1백20여명. 절차가 번거로워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합하면 대부분의회원이 고엽제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중 정부로부터 피해자 판정을 받은 회원은 고작 6명.
결국 이들은 육체적 고통과 함께 지난날 자신들의 희생을 인정받지 못한다는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손을 보십시오. 이게 노화현상입니까]
장례식에 참석한 회원 정재화씨(51.수성구 지산동)는 신경마비때문에 제대로움직이지 않는 앙상한 손을 들어보이며 분통을 터뜨린다.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며 산을 내려가는 한 회원의눈에는 오랜만에 세상을 환하게 덮은 눈마저도 처연하게 비쳐지는 듯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