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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김형진 회장 비리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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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검찰에 적발된 김형진(金亨珍.40)세종증권 회장의 회사채 할인 비리는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초기 자금난을 겪던 기업들을 등쳐'한몫잡는' 기회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IMF로 떼돈 번 사람들이 적지않다'는 항간의 소문을 사실로 입증해줬다.

구속된 김씨는 회사채 발행기업과 제2금융권 사이를 오가며 단 하룻만에 수십억원의 매매차익을 챙기는 등 '봉이 김선달'을 뺨치는 수완을 발휘했다.

김씨의 '몫돈 챙기기' 수법은 회사채를 높은 할인율로 싸게 사서 낮은 할인율로 비싸게 팔아 차액을 챙기는 단순한 원리.

그러나 실제 매매과정은 회사채 발행사→인수회사(증권.종금)→세종기술투자(김씨 회사)→인수회사→기관투자가(투신.증권)로 이어지는 5단계를 거친다.

증권사 인수 전 법규상 회사채를 거래할 수 없는 파이낸스사를 운영하던 김씨는 중간 수수료만 챙기고 전표 거래를 대행해주는 '서류상' 거래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년만기 보증 회사채 300억원 어치를 매매하는 과정을 보자.

우선 발행기업과 '이면약정'을 체결한다. 할인율을 맘대로 하는 대신 무조건 다팔아 자금을 조달해 주겠다는 것.

내로라하는 대기업조차 운영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할 정도로 '돈가뭄'이 극심했던 당시 기업들로선 '단비'와 같은 제의에 선뜻 응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지난해 2월 당시 회사채 평균수익률 18.5%의 두배에 가까운 수익률 35%(표면금리 17%+할인율 18%)에 사들였다. 300억원어치 회사채를 불과 202억여원에 인수한 셈이다.

보통 3% 이내인 할인율을 무려 5~6배로 높여버린 것이다.

물론 직접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종금사를 통해 '사고 팔고'를 반복함으로써 합법거래를 가장했고 종금사는 반대급부로 0.03%(9천만원)의 수수료를 두번 챙겼다.다음 단계는 인수처 물색.

미리 억대의 금품로비로 닦아놓은 투신사 간부들에게 접근,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에 사도록 하는 것.

결국 할인율을 13%포인트 내려 수익률 22%(표면금리 17%+할인율 5%)로 267억여원에 회사채를 팔았고 김씨 수중에는 65억여원이 고스란히 떨어졌다.

이런 과정은 모두 단 하룻만에 이뤄진 거래였다.

김씨는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도 매입하도록 투신사 채권부장들에게 조직적인 로비를 폈고 20조원대의 자금을 주무르던 이들 투신사는 큰 부담없이 김씨채권을 사들였다.

이런 농간 속에 자금을 조달했던 회사채 발행기업 가운데는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신동방을 비롯, 현대건설, 성신양회, 한솔PCS, OB맥주, 대상 등 대기업이 망라됐다.

김씨는 신동방측으로 부터 '회사채를 다 팔아주면 50억원을 주겠다'는 이면제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떼돈을 번 김씨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상무에게 30억원을 쾌척하는등 '큰손 다운' 씀씀이를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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