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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물 난리에 금강산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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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이 46일만에 재개, 봉래호가 409명의 승객을 태우고 5일 오후 동해항을 출항했다. 금강산관광의 재개는 미답의 명승지를 본다는 측면외에 남북 화해의 물꼬를 틔울 계기가 될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면도 있다. 그러나 나라안이 온통 수해로 난리를 치고 수만명의 이재민이 거리에 나앉은 이 판에 호화 유람선을 타고 가는 관광을 꼭 강행해야 되는지 의문이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봉래호 출항을 앞두고 매일신문사에 쇄도한 독자 전화도 한결같이 "지금이 어느때인데 금강산관광 타령인가"라며 분별없는 관광을 꾸짖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지금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금강산관광이야말로 '햇볕정책이 낳은 옥동자'로 생각하며 힘 닿는대로 밀어주고 있다.

햇볕정책의 승패가 마치 금강산관광에서 판가름난다는 것인지 지금까지 정부는 지나치게 금강산관광에 매달려온 느낌이 없지 않다. 북한측이 남한 정부를 무시한채 현대그룹과 협약을 체결해도 일언반구 없이 오히려 관광도 않은 관광비 800만달러(7월분)까지 보내더니 이제는 홍수로 망연자실한 국민들의 처지는 외면한채 관광을 강행하고 있으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도 든다.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누구를 위한 햇볕정책인가. 아무리 햇볕정책이 소중하고 또 금강산관광이 남북화해의 가교 노릇을 할 수 있다하더라도 이 나라와 이 백성을 외면해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임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만큼 지금처럼 수재로 전 국토가 몸살을 앓는 때엔 관광일정을 연기, 가뜩이나 허탈한 수재민을 자극치 않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음을 지적한다.

금강산관광의 사업주체인 현대그룹은 어차피 이윤의 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체이다. 때문에 저들이 한시바삐 출항해서 매출액을 올리려고 서두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다. 그러나 기업이익이 반드시 국익(國益)과 직결되는 것은 아닌만큼 정부는 금강산관광을 북한의 아.태평화위와 현대그룹 당사자간의 문제로 간주, 지금처럼 방관하는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그 보다는 국가차원에서 따질 것은 따지고 지원할 것은 당연히 발벗고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번 민영미씨 억류이후 현대그룹과 신변안전보장 합의서와 관광세칙을 새로 체결, 금강산관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임을 다짐하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저들이 언제 무슨 까탈을 잡고 표변할지 모를 일이다.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한 걸음 물러서 느긋하게 대응할 일이지 금강산관광에 허겁지겁 매달려 또다시 저들의 벼랑끝 외교의 제물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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