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줄로 읽는 한권]캄보디아와 베트남, 두 나라에 드리운 슬픈 그림자

"서울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울은 방콕, 마닐라와 더불어 일본인들의 3대 섹스관관광지 중의 하나였던 곳이다.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몸으로 겪었고 기지촌의 가슴 아픈 역사를 지금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인 한국인들이 오늘 태극기를 휘날리며 매춘관광에 나서고 있다. 바로 그 한국인들에게 방콕의 그 수많은 매춘 여성들을 모두 전쟁과 식민지의 고통에 신음했던 아시아의 딸, 우리의 딸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면 온전히 나의 과대망상일 뿐일까?"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 272 쪽/1만3천900원

"캄보디아도 교육열은 남다르지 않아 초등학교 취학률은 2003년 현재 84%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중학교 취학률은 17%로 급전직하한다. 여전히 무상교육 기간인데 이게 웬 마술일까. 또 가까스로 중학교에 입학했어도 65.5%는 졸업하지 못한다. 퍽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독재정권이 교육비용에 대해 안면몰수하는 가운데 월급 40달러의 선생들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돈을 거두고 과외라는 명목으로 또 학부모들의 호주머니를 턴다. 돈이 없어 과외를 받지 않으면?"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유재현 지음/ 그린비 펴냄/231쪽/1만2천900원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한달 보름 남짓 혼자 여행한 적이 있었다. 티베트의 카일라스 산에서 발원하여 인도차이나를 관통하여 흐르는 메콩 강의 긴 여정에는 아직도 여전히 슬픈 두 나라 역사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듯이 보였다. 두 나라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아매춘과 공공연한 마약밀매의 현장은 이념 앞에 지켜야 할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린 군상들의 권력욕의 또 다른 얼굴에 다름 아니었다. 여행 내내 더욱 슬펐던 것은 두 나라의 그 부패한 현장에 초대받은 가장 큰 손님이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베트남의 호찌민에서,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한국인들은 거침없이 매춘을 떠들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다녔다. 행여 이런 것들이 모난 아웃사이더에게만 유독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기를 바랐지만 위의 글을 쓴 동갑내기 작가인 유재현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두 책은 베트남 혁명을 신성시하고 있는 소위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캄보디아에 괴뢰정권을 세우고 그 괴뢰정권의 수장인 훈센과 그의 수족들이 저지르고 있는 죄악 앞에 베트남 혁명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세상에 이념이 이룰 수 있는 것과 가야할 길은 이미 사라져 버렸는지 모른다. 이것은 세상에 지켜야 할 가치는 사라진 것이 아닌가라는 절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념 앞에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지킬 수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것이 지극히 낭만적인 인간의 소망일지라도….

전태흥(여행작가·㈜미래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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