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재발화 후 확산하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던 대피소가 다시 주민들로 가득 찼다. 집으로 돌아간 지 하루 만에 재차 대피소 생활을 하게 된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북구청은 30일 오후 5시 13분 서변동 주민 3천400명을 대상으로 동변중학교와 연경초등학교 등 인근 대피소로 이동할 것을 권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오후 7시 동변중 강당. 재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운 대피소인 이곳은 입소 절차를 밟는 이들로 혼잡했다. 금세 최대 수용 인원인 150명을 넘어서면서, 일부 주민들은 인근에 있는 다른 대피소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대피소를 둘러보는 주민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표정으로 텐트에 들어간 주민들도 지퍼를 열어 바깥의 뉴스 화면과 창문을 번갈아보며 불이 꺼지길 기다렸다.
주민들은 불이 다 잡혔다는 관계기관 발표에 마음을 놓고 삶터로 돌아갔다가 재발화 소식을 들었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서변동 주민 홍승갑(71)씨는 "오후에 갑자기 바람이 강해지면서부터 불이 다시 살아날까 무서웠다. 결국 산 이곳 저곳에서 연기가 솟았고, 마을에 연기가 자욱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영란(62)씨 역시 하루종일 연기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 하씨는 "목이 다 쉬어버릴 정도로 마을에 연기가 잘 빠지지 않았다"며 "그나마 대피소에 방문한 게 두번째여서 필요한 짐만 간소하게 꾸려 곧바로 대피할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잡힌 줄만 알았던 산불이 재발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난달 경북 북동부 지역을 불태웠던 산불이 떠올렸다는 이들도 적잖았다.
권모(54)씨는 "퇴근을 하려 동네에 들어가 보니 연기가 자욱해 너무 당황했다"며 "본가가 경북 의성이어서 대피소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한 달 만에 또 같은 상황을 겪으니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차마 대피소로 가지 못하고 삶터를 지키는 사람들도 적잖았다.
같은 시각 잔불이 재발화된 곳과 인접한 함지산 원담사. 50년 된 이 사찰은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차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였다. 진화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찰 위를 분주히 오가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스님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 상범스님(68)은 "오후 5시부터 연기와 함께 사찰 주위로 매캐한 냄새가 많이 났다. 혹시나 절에 불이 옮겨 붙을까봐 주변에 급하게 물을 뿌려놓고 지켜보는 중"이라며 "이제 불이 다 꺼진 줄 알았더니 또 날 줄은 몰랐다. 며칠째 계속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피하지 않고 화재 진압 현장을 지켜보는 서변동 주민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28일 최초 산불 당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샜다는 진모(22) 씨는 이날 대피소 대신 친척집으로 가기로 했다.
한편 산림당국은 재발화한 산불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30일 오후 한 때 2.2km까지 늘어났던 화선은 오후 8시 기준 1.1km로 축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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