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가 문화예술의 도시,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경부선 철도 폐터널을 와인이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시골 작은 마을에 철가방코미디극장이 들어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도예가, 조각가, 화가, 음악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청도는 문화예술과 관광이 접목된 전국적 명소로 바뀌었다.
◆와인터널의 새로운 변신
청도 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은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꿈의 터널'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1904년 준공된 경부선 철도 옛 남성현 터널이었던 와인터널은 철도 폐터널로 수십 년간 버려졌다가 2006년부터 감와인 숙성고로 활용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감와인이 숙성되는 과정과 와인의 모든 것을 체험하려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말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청도감와인㈜ 하상오 대표는 와인과 함께 꿈을 발효시키고 숙성시키는 문화공간으로 와인터널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와인을 숙성시키듯 와인병에 꿈을 적은 종이를 넣고, 코르크로 막아 캡슐을 덮은 다음 라벨에 사진을 붙이거나 글을 써 숙성고 한쪽의 공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종이의 주인공은 꿈을 잊을 만하면 다시 찾고, 꿈을 생생하게 만져보기도 하고, 자기 꿈을 담그는 체험을 통해 꿈의 깊이와 의미,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꿈을 가지고 놀고, 꿈을 주제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꿈이 내 곁에 다가올지 모른다"며 "청도 와인터널이 그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고교 1학년 시절 공부의 의미를 잃고 방황했어요. 아들과 서울 캠퍼스 투어를 하고 난 뒤 사진을 붙이고 미래의 꿈을 와인 숙성고에 저장했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꿈을 숙성시키면 원하는 가치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의 강연을 개최하고, 꿈을 주제로 참가자가 2분 스피치에 나서는 등 꿈과 관련된 봉사와 아이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와인터널을 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꿈의 메카'로 도약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철가방코미디극장 대박 행진
개그맨 전유성이 청도 풍각면에 건립한 철가방코미디극장은 지역에 신선한 바람과 새로운 문화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공연 횟수 400회를 넘어서며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공연장을 철가방 모양으로 꾸미고 청도 명물로 만든 뒤 신선한 웃음과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청도군민' 전유성의 구상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코미디 극장은 주말은 물론 평일 공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지금까지 유료 관객만 전국에서 2만 명이 다녀갔다. 그 사이 입장료도 짜장면값에서 짬뽕값(7천원)으로 올랐다.
공연장 매니저 김준오 씨는 "주말 예약은 연말까지 꽉 차 있어 인터넷 예매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평일을 이용해 달라"며 예약하지 않고 왔다 허탕을 치고 가는 관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코미디 극장 관객들은 TV로만 보던 개그를 라이브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재미에 1시간 30분 동안 실컷 웃고 만족감을 얻어간다. 9일 친구들과 구경 온 이길자(대구시 범어동) 씨는 "개그맨 지망생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무대가 신선했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인근 지역을 둘러보고 돌아갈 예정"이라며 활짝 웃었다.
코미디 극장이 들어선 뒤 풍각면 성곡리, 수월리 등 인근 마을이 확연히 달라졌다. 주민들은 오지의 시골마을에 코미디 극장이 들어서고 성곡권역 농촌개발사업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을 전체가 밝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코미디 극장에는 개그 지망생들의 꿈도 익어간다. 현재 예원대 코미디연극학과 졸업생을 포함해 공연단원은 35명으로, 코미디시장 단원 중 내년에는 10명 정도가 방송국 공채로 진출할 전망이다. 코미디시장 2기생 70여 명 가운데 올 3월 수료생은 25명 정도다.
단원들은 이곳 공연무대에서 '내공'을 쌓아 기회를 만들고, 개그맨을 평생 할 수 있는 꿈을 찾아 매진하고 있다. 코미디시장 2기 박준석(32) 씨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PD들이 공연을 보고 간다. 누군가 잘하는 모습이 발견된다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청도군민임을 자랑하는 전유성 씨는 코미디 극장이 청도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TV출연, 강연료 등 대부분의 수입을 코미디 극장 학생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그는 관객이 뭘 원하는지 꿰뚫어보는 기획공연의 대가답게 코미디 극장을 청도의 명물로 만들어가고 있다.
◆몰려드는 문화예술인과 폭넓은 공간
청도 각북의 헐티재, 최근 조성된 풍각 성곡댐 등 각북면, 풍각면 일대는 드라이브와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각북에 위치한 최복호 펀앤락(FUN&樂)은 매주 콘서트와 행사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각북에서 풍각 방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아자방은 찻집 겸 석물원이다. 석물을 정원 여기저기에 배치한 형태가 예사롭지가 않다. 주인이 야생화 농원에 석물을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꾸며놓았다. 아자방을 지나면 비슬도예촌이다. 도자기 현장 학습과 도자기 전시관을 겸하는 곳이다. 이외에도 각각의 테마를 가진 찻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회화, 조각, 천연염색, 음악인 등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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