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선 막바지 또다시 증오와 저주로 얼룩지는 선거판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선거판이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저주로 얼룩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30일 충남 공주 유세에서 자신의 안보관 검증을 "색깔론, 종북몰이"라는 식으로 비판하면서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 X들아"라고 했다. 문 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해찬 의원은 같은 날 "(집권하면) 극우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했다. 지지 세력 규합을 위한 선거 전술이라고 넘어가기 어려운 극단적 표현들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안보관 검증은 지도자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하기 어렵다.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했는지부터 문 후보의 대답은 수시로 바뀌어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이는 문 후보가 자초한 것이다. 그의 안보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검증하려는 측을 '이 X들아'라는 막말로 비하한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

이 의원의 '궤멸' 운운 발언은 문 후보가 집권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벌써부터 큰 우려를 자아낸다. 바로 문 후보 측과 대척점에 선 모든 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배제의 정치'의 득세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문 후보의 공약집은 이를 확인해준다.

공약집의 4대 비전 중 첫째가 '촛불 혁명 완성', 12대 약속의 첫째가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 청산'이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특별검사가 제기한 각종 의혹을 보충 수사'조사하겠다고 한다. 결국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문 후보가 '적폐 청산' 대신 '대통합'을 들고나왔던 것은 눈속임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 문제는 그 적폐의 범위와 대상이 고무줄처럼 얼마든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보수 진영에서는 '적폐청산특조위'가 '인민위원회'를 연상시킨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 후보는 이런 걱정을 잘 새겨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이 둘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적폐 세력'과 '청산 세력'으로 나라가 다시 쪼개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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