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탈출했는데'…아프간 난민소년 독버섯먹고 목숨잃어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음식 부족한 것으로 추정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장악된 아프가니스탄을 최근 탈출한 난민들이 26일(현지시간) 유럽 내 최대 미국 공군 기지인 독일 람슈타인 기지에 임시 수용돼 생활하는 모습. 연합뉴스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폴란드 난민 캠프에 머무르던 5세 소년이 야생 독버섯을 먹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 아프간 난민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 벌어진 비극이라 주장했다.

2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지난달 23일 부모를 따라 폴란드에 도착한 5세 아프간 소년이 바르샤바 교외의 난민센터에 머물던 중 야생 버섯을 먹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 손상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독버섯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은 것이 사망 원인이라고 병원측이 밝혔다. 한 살 위 형도 함께 독버섯을 먹어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다.

AP 통신에 따르면 형제의 17세 누나도 버섯을 먹은 뒤 치료를 받았는데 회복됐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다른 가족 몇 명도 병원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완쾌됐다.

이번 사고는 난민들에게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지 않아 빚어진 비극으로 보인다. 이들 가족은 난민센터 근처에 있는 숲에서 버섯을 따서 수프를 만들어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폴란드 난민센터 측은 난민들에게 충분한 식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정부의 외국인청 대변인은 "난민센터는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준다"고 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난달 15일부터 지금까지 카불을 탈출해 폴란드에 온 피란민은 1천명 이상이다. 폴란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아프간 주둔 병력 중 일부였다. 이들 피란민 대다수는 폴란드에 계속 머무르겠지만 제3국이나 국제 조직을 대신해 폴란드군이 피신시킨 다른 피란민들은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