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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프랜차이즈 저승사자... 알고보니 가맹점주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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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1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2022년 11월1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국내 금융과 공정거래를 총괄 감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국정감사 때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를 증언해 줄 한 가맹점주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프랜차이즈 기업에게 '저승사자'로 불려온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공동의장을 신청한 것이었는데 확인 결과 송 의장은 가맹점주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송 의장은 프랜차이즈 기업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국회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를 가리지 않고 달려 들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난 총선 땐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참여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프랜차이즈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가맹점주가 아닌 인물을 국감에 앞세우고 선거에도 동원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4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정무위는 지난 2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련 증인·참고인 신청을 마감했다. 공정위와 관련해선 김범석 쿠팡 의장 등이 신청됐고 개보위 관련해선 김영섭 KT 대표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등이 신청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참고인 명단엔 송 의장 이름도 올라와 있었다. 송 의장은 던킨도너츠 당진기시점 가맹점주 자격으로 참고인 명단에 있었다. 던킨도너츠를 국내에서 전개하는 SPC와 비알코리아 관련 가맹사업거래 불공정행위에 대해 증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공공데이터 사업자 정보 확인 결과 던킨도너츠 당진기시점 점주는 송 의장이 아니라 김모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5년 간 '청년 창업' 등의 이유로 50% 세액 감면을 받는 매장이었다. 던킨도너츠 당진기시점 관계자 역시 "이곳 대표는 김○○ 씨"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국민참여선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해찬 당시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왼쪽이 송명순 전가협 공동의장.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국민참여선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해찬 당시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왼쪽이 송명순 전가협 공동의장. 연합뉴스

취재 결과 송 의장은 김 씨의 엄마였다. 아들 사업장을 근거로 시민단체 생활을 하며 정치권에까지 손을 뻗고 있었던 것이었다. 송 의장은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당 중앙선대위 산하 국민참여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4년 전 남편 퇴직금으로 도넛 가맹점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은 나지 않고 매번 임대료와 인건비 걱정이 일이었다"며 "그러던 중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만나게 됐다. 모두가 외면할 때 을지로위는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해결책을 모색해 줬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진짜 일꾼의 능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에 그를 참고인 신청한 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 측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그를 정무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이정문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 행정실에 송 의장을 '가맹점주 겸 전가협 공동의장'이라고 적어서 보냈는데 행정실이 그냥 가맹점주라고 적은 것"이라며 "가맹점주가 아니지만 아들이랑 같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전가협 공동의장이기도 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가협은 애초 '점주'가 모여 2016년 발족한 시민단체인데 어찌됐든 송 의장이 전가협 공동의장이니 실제 점주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이었다.

매일신문은 송 의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해 어찌 된 영문인지 물었으나 아무런 답을 받을 수 없었다.

2022년 9월 김종민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왼쪽에서 세 번째). 김종민 의원실
2022년 9월 김종민 의원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송명순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왼쪽에서 세 번째). 김종민 의원실

송 의장이 '점주' 자격으로 각종 정치권 행사와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한 건 2022년의 일이다.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종민 무소속 의원이 전가협 충남지부 간담회를 열어주자 감사패로 화답하며 민주당과 연을 맺었다.

송 의장은 그 뒤 민주당 을지로위, 참여연대, 민변과 함께 프랜차이즈 기업을 압박하는 '불쏘시개'가 됐다. "매출 대비 수익률이 너무 적다" "창업할 때 예상 매출액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가맹계약서는 노예 계약서다" 등의 이유로 아들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전개사 SPC 압박에 나섰다.

그의 관심사는 아들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해부턴 연돈 볼카츠 사태에 뛰어들며 더본코리아 압박에도 적극 나섰다. 그가 속한 전가협은 배달비가 너무 비싸다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운영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송 의장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그를 '민간 대표'로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은 2023년 9월 민·당·정협의회를 연 바 있다. 가맹점주 피해를 방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자리에 민간 대표로 참석한 건 송 의장이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23년 9월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2023년 9월 국회에서 '가맹점주 피해 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 협의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송석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부의장, 이만희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박대출 당 정책위의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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