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전후 2년, 부모 돈 1억원까지는 증여세가 없다. 기본공제 5000만원을 더하면 한 사람이 1억5000만원, 신랑과 신부가 양가에서 각각 받으면 합쳐 3억원까지 세금이 붙지 않는다. 명절 가족 모임에서 주택 자금 이야기가 오갈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숫자다.
이 제도는 이미 대규모로 쓰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2025년 혼인 증여재산공제 신고액은 7천119억4천500만원이었다. 출산 증여재산공제 신고액은 2천931억7천200만원이다. 둘을 합치면 1조원을 넘는다.
◆ 기본 5000만원, 혼인·출산 1억, 신혼부부 3억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는 직계존속이 성년 자녀에게 증여할 때 비과세 증여 한도로 10년 합산 5000만원을 규정한다. 미성년 자녀는 같은 기간 2000만원이 상한이다. 10년 단위로 다시 열리는 한도여서 시점을 나눠 쓰는 것이 기본 설계다.
같은 법 제53조의2가 정한 혼인·출산 공제 1억원은 기본공제와 별도로 얹힌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또는 자녀 출생·입양일부터 2년 안에 받은 증여에만 적용된다. 기준은 예식일이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부상 혼인신고일이다. 기간을 넘기면 공제를 받지 못하고 가산세까지 따라붙는다.
2025년 증여공제 총액 7조9천640억원 가운데 직계존비속 공제가 57.4%였다. 금액으로는 4조5천698억1천800만원에 달했다. 혼인공제는 증여가액 3억원 이하 구간에 4천311억9천200만원이 몰렸다. 고액 자산가보다 중산층 신혼 가구의 주택 자금 지원에 쓰인다는 뜻이다.
◆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돈은 2억1739만원
공제 한도를 넘는 돈은 빌리는 방식이 쓰인다. 세법은 부모·자녀 등 특수관계인 간 금전 대차의 적정 이자율을 연 4.6%로 정했다. 이 법정 이자와 실제로 낸 이자의 차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1000만원을 4.6%로 역산하면 약 2억1천739만원이 나온다. 부모 한 사람이 자녀에게 이자 한 푼 받지 않고 빌려줘도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 상한선이다. 국세청 집행기준이 명시한 계산이다.
반대로 이자를 꼬박꼬박 주는 쪽이 손해일 수 있다. 자녀가 부모에게 준 이자는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분류된다. 소득세 25%와 지방소득세를 더한 27.5%를 원천징수해 다음 달 10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2억원을 연 4.6%로 빌려 월 77만원씩 5년간 보낸 30대 직장인 사례가 있다. 부모가 이자소득 신고를 빠뜨려 가산세까지 1000만원 넘게 추징당했다. 부모의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 차용증보다 결정적인 것은 계좌 기록
국세청은 차용증이 있느냐보다 실질을 본다. 조세심판원 결정례를 보면 부친에게 거액을 받고 차용증과 사후 공증을 낸 사례가 있다. 무담보·무이자에 실제 상환 이력이 없어 증여세 과세가 그대로 유지됐다.
반대 사례도 있다. 부친에게 중도금 3억원을 받아 과세된 납세자다. 주택담보대출로 차입금을 단기간에 전액 갚은 사실을 입증해 처분을 취소받았다. 계약서보다 원금이 실제로 돌아간 기록이 갈랐다.
자금출처 기준도 알아 둘 만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4조는 자금출처 소명 기준을 둔다. 미소명액이 취득가액 20%와 2억원 중 적은 금액 미만이면 증여 추정을 배제한다.
◆ 적발 572건, 10년 내 사망하면 다시 합산
감시망은 촘촘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서울·경기 주택 이상거래 기획조사에서는 위법 의심 746건 중 편법증여 의심이 572건으로 76.7%를 차지했다. 지난 7월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지 인근 조사에서는 특수관계인 차입금 과다 등 탈세 의심 178건이 국세청에 통보됐다.
공제를 받았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증여일부터 10년 안에 부모가 사망하면 사전증여액은 전액 상속세 과세가액에 다시 합산된다. 혼인·출산 공제를 받은 1억원도 예외가 아니다.
이봉구 안세세무법인 세무사는 "세금은 돈에 붙인 이름을 보지 않는다. 통장 적요에 '결혼축의금'이라고 적어 놓았다고 해서 부모의 돈이 비과세 축의금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어디에서 와서 누구에게 갔는지, 즉 자금의 실질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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