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임시직 사원에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버스 그룹을 일궈내며 '버스왕'으로 불린 허명회(許明會) KD운송그룹 명예회장이 21일 오전 2시 45분쯤 서울아산병원에서 별세했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5세.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이 운송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1961년이었다. 경기여객에 임시직 사원으로 입사한 그에게 주어진 일은 청소, 배차, 발권 등 허드렛일이었다. 그러나 성실을 무기로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한 그의 자세를 눈여겨본 회사는 그를 1969년 영업 상무 자리에 올려놓았다.
현재의 KD운송그룹은 1971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스 30대를 확보해 대원여객을 공동 경영하며 독립한 것이다. 이후부터는 경영난을 겪던 업계의 주요 회사들을 인수, 정상화하며 몸집을 불렸다. 임시직 사원으로 일했던 경기여객도 경영난에 빠지자 1978년 인수했다. 남일여객 등 여러 운송회사를 차례로 가져왔다.
수천 대의 버스와 수백 개의 시내·시외·공항버스 노선을 아우르는 거대 대중교통 기업, KD운송그룹의 기틀이었다. 현재 KD운송그룹은 ▷여객운수사 18개 ▷버스 5천165대 ▷1만2천133명에 이르는 임직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KD운송그룹이 하루에 수송하는 인원이 99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니 대한민국의 발과 다름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의 경영 철학은 사람을 귀하게 여긴 데서 꽃을 피웠다. 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승무복 디자인을 세계적 디자이너인 故 앙드레 김에게 맡겼고, 최고의 식재료로 사원들의 식사를 챙겼고, 숙소를 아파트형으로 제공해 주목받은 사실도 익히 알려져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임금 인상률을 노조에 백지 위임한 것이었다. 2015년 KD운송그룹 사보에는 "2005년부터 11년째 노측에 임금인상률을 백지 위임했고, 사측은 노측의 요구사항을 전면 수용했다"며 "허명회 회장은 (11년째 임금협상 백지위임은) 회사가 투명경영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노사 간에) 서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성실과 신뢰, 근검절약을 바탕으로 한 투명경영의 노력을 정부도 눈여겨봤다. 고인은 ▷새마을훈장 근면장(1986) ▷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2006) 등을 받은 바 있다.
'신독'(愼獨)을 근본으로 한 특유의 성실성은 삶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아들 허상준 KD운송그룹 회장은 "고인은 5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면서 단 14일을 제외하고 주말이든 연휴든 상관없이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하셨다. 쉰 14일은 부모상과 부인상, 본인의 눈 수술을 받았을 때였다"며 "해외에서 운영하는 노선이 없다는 이유로 한 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는 분이셨다"고 전했다.
유족은 1남 3녀(영숙·재영·영란·상준)와 사위 박영배·권오윤·남일현 씨, 며느리 박경화 씨 등이 있다. 빈소=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부의금은 정중히 사양). 발인=24일 오전 7시. 장지=경기도 광주 선영. 02-3010-2000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李 "농사 못 지으면 농지 뺏는다? 진실 아냐"에 재반박…"농민마저 비판세력 몰아"
조갑제 "민주당, 한동훈 제명 협박으로 망하는 길…'더불어망할당' 선택"
선관위 '아빠 찬스' 의혹 임용 취소자들, 불복소송서 줄줄이 '승소'
李 해명에도 여전한 농지 전수조사 불신…밑바닥엔 불안·불통·불일치 [금주의 이슈]
육군 25사단 DMZ 작전 중 중상 2명·경상 1명…"지뢰 폭발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