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최근 시스루와 슬림핏 등 북한 사회에서 일반 주민에게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 옷차림을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주애의 이 같은 패션이 젊고 세련된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지도자 일가의 특권을 각인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은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21일 발표한 '동경과 차별의 연출: 김주애 패션과 북한의 세대 관리 딜레마' 보고서에서 김주애의 공개활동과 패션 변화를 분석했다.
김주애가 처음 공개석상에 등장한 것은 2022년 11월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이었다. 당시 흰색 롱패딩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아동의 모습이었다.
이후 공개활동이 늘어나면서 옷차림도 달라졌다.
가죽 재킷과 선글라스 등 아버지 김 위원장과 유사한 패션이 등장했고, 군 행사에서는 김 위원장과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공개됐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위상을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김주애를 시각화하는 과정으로 분석했다.
2024년 이후에는 김주애의 공개활동 영역도 군사 분야를 넘어 경제·민생·건설 현장으로 확대됐다. 강동종합온실과 전위거리 준공식 등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시스루 소재나 몸에 붙는 실루엣 등 기존 북한 지도자 가족의 이미지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옷차림도 등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김주애의 이미지가 국가안보와 군사력을 상징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일상과 미래를 대표하는 인물로 확장되는 과정"이라며 "기존 북한 지도부의 이미지와 뚜렷이 구별되는 젊고 세련된 독자적 주체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북한 공식매체의 보도 방식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김 위원장과 김주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김주애 개인을 부각한 사진이나 화면을 함께 제시하면서 '김정은의 딸'이라는 관계를 넘어 김주애 자체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주애가 보여주는 일부 패션이 일반 북한 주민에게는 허용되기 어려운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외부 문화와 이른바 '비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지 발목 통이 좁거나 몸에 꽉 끼는 슬림핏, 염색 등은 북한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으로 분류돼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주애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일부 옷차림도 일반 주민이었다면 단속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김주애의 모습이) 일부 청년층에게는 은밀한 모방과 동경의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지만, 규찰대의 일상적 단속과 경제난에 직면한 주민들에게는 도달 불가능한 특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규범적 괴리를 부각시킬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주애의 이 같은 이미지 변화를 곧바로 후계자 지위 확정으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통일연구원은 현재 미성년자인 김주애가 공식적인 당·정·군 직책을 맡거나 독자적인 조직 기반을 확보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시각적 이미지의 독자화와 실질적인 정치·제도적 권력화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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