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에서 군 복무 이력은 때때로 학력이나 경력표 한 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안보 현안이 끊이지 않는 환경이니 더욱 그렇다.
◆"군대를 모르니까 국방에 무지"…국회서 나온 직설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병역 문제가 아예 안보 논쟁 한복판에 들어왔다.
육군 소장 출신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동맹 문제를 따지면서 여권 인사 상당수가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며 "군대를 모르니까 국방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군대를 안 갔다 왔다고 해서 애국심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강선영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고 물었다. 한성숙 총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은 모두 주적이 된다"고 답했고, 강선영 의원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고 명확히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기엔 한 가지 법·제도적 뉘앙스가 있다. 현재 최신 국방백서인 2022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한다. '주적'이라는 단어는 1995~2000년 국방백서에서 사용됐고 이후 빠졌다. 국방부는 올해 발간할 2026 국방백서에서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보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따라서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 자체도 단순한 지식 확인이라기보다 정치적·안보적 입장을 묻는 성격이 강하다.
◆국방부 장관 '방위' 복무가 정치 쟁점으로
최근까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안규백 전 장관의 병역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 놓인다.
안규백 전 장관은 1983년 육군 방위병으로 입대해 1985년 일병으로 소집해제됐다.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병적기록상의 복무기간 등을 근거로 군무이탈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 수사까지 시작됐다. 안규백 전 장관은 "완전히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부인했으며, 국방부도 정상적으로 복무를 완료했고 탈영을 입증할 수사·징계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주목할 점은 의혹이 사실인지와 별개로, '국방부 장관의 병역 이력' 자체가 장관의 안보 발언 신뢰성과 연결돼 정치적 공격 소재가 됐다는 점이다.
◆장동혁도 한동훈도 '군필'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병역 이력에서는 공격받을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검사 출신 한동훈 의원은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1998~2001년 공군 군법무관으로 복무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판사 출신 장동혁 대표 역시 공군에서 복무했지만 군법무관은 아니다. 사법시험 합격 전인 1995~1998년 공군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공군사관학교 교관 등을 지낸 뒤 중위로 전역했다.
물론 "장교로 복무했으니 일반 병사보다 편했던 것 아니냐"는 우리 사회에서 농담 좀 섞어 상투적으로 하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안보·군사 현안에 대해 발언할 때 실제 군 조직을 경험했다는 이력이 하나의 배경 설명 내지는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회창 '병풍'부터 대통령 후보 검증까지…늘 따라붙은 병역
정치인의 병역이 정치적 자산 또는 약점으로 작동하는 사례는 과거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본인이 공군 대위로 만기전역했음에도 두 아들의 병역면제 문제가 두 차례 대선에서 '병풍' 논란으로 번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특전사 경력이 안보 경험으로 소환되는 동시에 "전두환 표창을 받았다"는 발언으로 또 다른 논쟁을 겪었다.
이명박·윤석열 전 대통령은 각각 기관지확장증과 부동시를 이유로 한 병역면제가 대선 검증대에 올랐다.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처럼 어린 시절 산업재해에 따른 장애로 면제된 경우도 있어, '군필·미필'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병역의 성격을 한데 묶는 것 역시 현실과는 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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