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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 증거, 비에 씻기는데…李대통령, 셀카나 찍나" 野 '총공세'[금주의 정치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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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AI로 생성한 이미지. (오른쪽)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코리아타운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 AI로 생성한 이미지. (오른쪽)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코리아타운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비가 오고 있습니다. 장대비입니다. 지뢰폭발의 증거가 씻겨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증거인멸입니다. 또 다른 사건 암장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2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나 육군 25사단 간부 3명이 다쳤다. 이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매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유엔군사령부 현장조사를 앞두고, 수색로를 개척하던 우리 장병들이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가 실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다만 늦어지는 정부의 대응과 미진한 설명이 야권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다. 정부는 장병 안전 등을 조사 지연 이유로 든다. 하지만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응과의 차이점만 부각되면서 비난 여론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정말 만에 하나 북의 소행이 아니라는 군 조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정부가 직접 초래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가장 큰 패착은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에서 나왔다. 출국 이전에 사고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짧은 SNS를 제외하고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별다른 입장 표명이나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정치적 현안들에 대한 메시지는 꾸준히 표출했다. 그 중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주장도 있었다. 의도야 어찌됐든 대통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사고 관련 언급을 피한다는 인상만 강화시켰다.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참모가 있었을지,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청와대의 심각한 정무적 패착으로 귀결되는 형국이다. 최소한의 대응이라도 보여줬더라면 여론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난 석 달 간의 지지율 붕괴 현상은 민심을 거스르는 정부여당의 행보에서 비롯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도 그 후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문단 SNS가 전부" 李대통령, 사고 당일 출국…뉴욕선 '기념사진'

사고가 발생한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아직' 국내에 있었다. 하지만 국군통수권자로서 기대되는 현장(사고 부대)방문, 회의 주재, 대국민 입장 발표 등의 행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뒤 그대로 미국·멕시코 순방길에 올랐다. 사고와 관련한 행보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4문단의 게시물이 전부였다. 이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해당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이어 "부상 장병들의 빠른 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며 치료와 회복 지원을 약속했다. 진상조사 등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이 대통령은 뉴욕 도착 당일 코리아타운을 찾았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는 동포들과 인사를 나누고 현지 시민들의 기념사진 요청에도 응했다. 유엔총회와 한미 정상회담 같은 외교 일정 사이에 이뤄진 일정이었다.

당시, 그리고 26일까지도 국내에서는 장병이 발목을 잃은 사고의 원인 조사조차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북한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일정은 가능한 취소·생략하고 사고 관련 대응을 진두지휘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사고 직후 올린 4문단 SNS가 전부다"며 "그러면서 뉴욕 코리안타운 돌아다니며 셀카 올리기 바쁘다"고 직격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뉴욕 체류 중임에도 계속해서 SNS 게시물을 올렸다. 김혜경 여사의 '생가 복원' 추진 게시물을 직접 공유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아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라고 반박했고, 청소년 자살률 문제를 다룬 기사에도 의견을 남겼다.

공식 발언에서도 해당 사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의 입에 오른 것은 되레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접근법이었다.

지난 22일 외신 인터뷰에 나선 이 대통령은 "별 효과도 없는 대북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ICBM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거나 "지금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북한에 핵 폐기가 아닌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이 불과 하루 전이었다.

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연합뉴스
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연합뉴스

◆명절 보내고, 비 내리고 현장조사? "증거 씻겨 내려가" 野 총공세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고 원인 규명이 단순히 폭발물 종류를 가리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이 최근 MDL 인근에서 국경선화 작업과 지뢰 매설을 이어온 상황과 이번 사고가 무관한지, 군이 사전에 확보한 위험 정보가 실제 작전에 충분히 반영됐는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측은 구체적인 정황은 물론, 최소한의 사실관계마저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민적 비판을 자초했다. 군 당국이 진상규명의 첫 단추부터 틀어막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사고 발생 뒤 국방부와 합참은 폭발 지점과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지역의 관계, 폭발물 종류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설명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실관계는 며칠에 걸쳐 지지부진하게 보완됐다. 합참은 사고 당일 발생 약 2시간 30분 뒤 언론에 '미상 폭발' 사실을 알렸다. 이후 북한군 지뢰 매설 의심지역과 사고 지점은 "거리가 있다"고만 설명했다. 이튿날에는 해당 작전이 북한의 MDL 이남 지뢰 매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유엔사 현장조사의 사전 수색로 개척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 다음 날에는 현장 장병들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폭발이 두 차례였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현장조사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군이 지난 22일 유엔사 측의 현장조사 추진을 우리 부상 장병의 트라우마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군은 추석 연휴 이후 유엔사와 합동조사를 진행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조사 지연 사이 비가 내리거나 북한군이 접근하면 현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지난 25일 사고 지역이 위치한 경기 파주시 일대에는 비가 내렸다. 야권에서는 "증거가 씻겨 내려간다"는 공세가 줄을 이었다.

일각에서는 11년 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와 현재의 정부·군 대응 상황을 비교하고, 이를 비판의 소재로 삼는 형식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사고 발생 당일부터 조치가 시작돼, 불과 엿새 만에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8월 4일 육군 1사단 장병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 폭발로 중상을 입자, 군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지뢰 파편을 수거했다. 이틀 뒤에는 유엔사와 합동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10일에는 북한군의 의도적 매설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당시 지뢰 매설을 부인했고 대북 확성기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포격 도발과 준전시상태 선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유지한 채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결국 북측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같은 달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에는 북측의 '유감' 표명이 명확하게 담겼다.

다만 군은 두 사건의 현장 조건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목함지뢰 사고 지점은 장병들이 수시로 오가던 지역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MDL 인접 미개척 지역이라 추가 지뢰 위험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반박이다.

이와 관련 합참은 지난 24일 밤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이라며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유엔사와 합동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 지도로 23일 육군 제25보병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 지도로 23일 육군 제25보병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발 모르면 입 좀 닥치라" 與 옹호에도…물고 늘어지는 野

여전히 군은 북한 지뢰라고 단정할 단계가 아니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군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은 계속해서 야권에게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목함지뢰"라고까지 몰아붙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휴라고 해서 전선도 휴업에 들어갔느냐. 안보와 전쟁에는 휴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북한 지뢰 매설 가능성을 군이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당시 작전의 위험성 평가와 승인권자, 보고 체계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튿날에도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촉구했다.

그러자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 반박을 펼쳤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의원을 겨냥해 "정쟁을 이유로 우리 장병들을 지뢰가 깔린 밭으로 뛰어들라니 정신이 있느냐"고 따졌다.

이어 "지뢰가 추가로 매설돼 있을지 모르는 땅에 한 걸음씩 조심을 다해 안전을 확인하며 길을 내야 한다"며 "전투태세와 사고 현장 감식을 뒤섞는 일은 부하를 죽음의 길로 전진하라는 말이다. 제발 모르면 입 좀 닥치고 있으라"라고 날을 세웠다.

한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김 의원을 "민주당 똥별"이라고 지칭한 뒤 "똥별은 우리 군이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비가 와서 증거 없어지면 당신들이 책임질 것인가"라며 "시간 끌다가 북한이 증거 조작하면 막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 의원은 "김병주 의원의 말대로라면 그런 위험한 사지에 우리 장병들을 보내서 발목 절단당하게 한 사람들은 채상병 사건 때처럼 특검으로 수사해서 싹 다 감옥에 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조사가 미뤄지는 것을 두고도 "위험해서 지금까지 못 들어간 것이라면 추석 빨간날 쉬고 나면 갑자기 안 위험해지는가"라며 "이재명 정부는 길을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걸 사고 직후 시작하지 왜 추석 연휴 다 쇠고 증거 다 없어진 다음에 시작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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