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을 넘어 온라인으로 번지고 있다. 보수 성향 시민·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영화 관람을 거부하자는 취지의 이미지까지 공유되기 시작했다.
최근 온라인에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얼굴과 함께 "보지 않습니다. 예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불매 홍보 이미지가 등장했다.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권력기관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했다는 비판이 불매 주장의 핵심이다.
실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엔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까지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박정희가 배후?"…정치권까지 번진 역사왜곡 공방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7일 영화가 "육영수 여사를 암살한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과 자녀들이 육영수 여사의 죽음 앞에 오열하던 모습을 잊었단 말인가.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주장,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도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잇따라 문제 삼았다.
다만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의 판단에 차이는 있었다. 한국 정부는 문세광이 조총련 관계자에게 포섭돼 지령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측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암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확인된 사료가 나온 것 역시 아니다.
◆영화 측 "결론 내리는 작품 아니다"
영화 제작진의 설명은 다르다.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부터 '암살자(들)'이 실제 사건의 배후를 단정하는 작품이 아니라 당시 수사에서 남은 의문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추적하는 미스터리극이라고 설명해왔다.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기보다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취지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실화를 소재로 한 창작물이 어디까지 상상력을 허용받을 수 있느냐로 향하고 있다. 창작자는 '영화적 가설'이라고 설명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실존 인물과 실제 정치사를 소재로 한 만큼 관객이 허구와 사실을 혼동할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불매 이미지 등장했지만…흥행은 일단 100만 돌파
논란이 실제 흥행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암살자(들)'은 지난 23일 개봉 첫날 13만4천여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개봉 나흘째인 26일 오전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온라인에서 시작된 불매 움직임이 흥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되레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가 감지된다.
다만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정치권의 비판에 이어 "보지 않겠다" "예매하지 않겠다"는 이미지까지 등장한 만큼,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관객석 밖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974년 8·15, 박정희 대통령 겨눈 총탄…육영수 여사 사망
영화의 소재가 된, 2개 이름을 가진 사건('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자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 도중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피격을 피했지만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문세광이 조총련 계열 인사와 접촉하며 범행을 준비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수사당국은 단독 범행 쪽에 무게를 뒀다. 이후에도 사건 배후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해석이 이어졌으나,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암살을 지시했다는 주장은 확인된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유해진·박해일·이민호 주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뒀던 9월 23일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은 범죄·드라마 장르 작품이다. 심은경, 류경수, 엄지원, 류혜영, 박지환, 박정민, 박해준 등 기라성 같은 조연들도 출연한다.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극이다. 허진호 감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특정한 결론을 단정하기보다 당시 시대상과 인물들의 시선, 기자들의 추적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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