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보수 정가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유가족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육 여사 피격이 박정희 자작극?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석 연휴 관객수 1위를 기록한 이 영화는 재일교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육 여사가 사망했다는 정부 공식 발표와 다른 결말을 암시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화가 사건 배후를 명확히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 문세광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게 정설로 여겨졌으나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자작극'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드러난 역사는 영화의 주장과 배치된다. 2002년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에게 북한 김정일은 육 여사 피격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까지 인정한 상황을 영화가 비튼 셈이다.
이를 두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부인도 죽일 수 있는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퍼뜨리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패륜 행위이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반역이다.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직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을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을 당한다.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며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6·25 북침론, 천안함 미국 잠수함 충돌 주장은 '표현의 자유'다"라고 적었다.
◆역사적 사실의 의도적 왜곡?
국민의힘은 영화가 이미 드러난 사실이 명백히 있음에도 이를 왜곡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유주의의 또 다른 핵심은 '역사적 사실과 책임에 대한 직시'다. 자유로운 창작과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흐리는 건 구분돼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과 조총련이 치밀하게 개입한 조직적 공작이며 일본 측에도 관리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총련에 속아 이러한 과오를 범한 나는 바보였으므로 사형을 당해도 당연하다'고 한 문세광의 사형 집행 전 발언을 소개하며 "범행을 자백하고 조총련 공작에 속았음을 통탄했던 가해자의 마지막 고백보다 더 뚜렷한 진실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미애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 "영화적 상상이 어느 순간 '숨겨진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진영을 바꿔 생각해봐도 수용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주도했다는 영화가 나온다면 그것도 표현의 자유인가"라고 적었고, 이진숙 의원(대구 달성군)도 "타도 대상의 결론이라는 영화적 상상력은 그러나 왜 박정희, 전두환 등에 대해서만 행사되는가"라고 꼬집었다.
◆구미 정가 발칵…"사자명예훼손 수사해야"
영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지역 정치권의 거센 반발도 사고 있다. 구자근(구미갑)·강명구(구미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가 육영수 피격 사건에 근거 없는 음모론을 덧씌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두 의원은 영화 제작진을 향해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근거없는 음모론을 전염병처럼 퍼뜨리는 건 악질적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영화적 상상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는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할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두 의원은 제작사와 감독을 향해 영화에서 제기하는 역사적 의혹의 근거와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및 유족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 또는 근거 없는 영화 속 내용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필요한 정정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경찰 등 관계 기관에는 사자명예훼손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심각한 역사왜곡과 패륜적 행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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