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태생인 나는 지난 85년 8월 대구에 왔다. 벌써 13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단돈 1만원만 지닌 채 무작정 대구에 왔다. 당시 대구행을 놓고 가족과 친구들사이에서 참 말이 많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가, 그것도 외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엉뚱하게 대구에 가서 살겠다고 했으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님은 밤새도록 우셨고 아버님은 훗날 나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으셨을 정도로 꽤 오랫동안 부자관계가 서먹했었다.
대구생활은 처음엔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이곳 사람들은 타지사람들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은 듯 했다. 진보적 단체에서조차 요즘말로 왕따라는 것을 당하면서까지 나는 고집스럽게 대구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대구사람들에게 좀 잘 보이기 위해서(?) 몇년째 서울집에 가는 것도 삼갔다.
그렇게 힘겹게 13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서울이 기억에서 가름가름거리고 스스로 말투에서부터 대구사람처럼 바뀌어졌다. 사람들은 더이상 나를 시험하려고(?)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서울출신이라면 믿지 않는 모습에 내 스스로 놀랄 정도가 됐다. 곧 서울로 가겠지 했는데, 정말 고집센 놈이라고들 했다.
대구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굳이 욕심을 내자면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좀 더 따뜻하게 맞아주고 더불어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구에 살고 싶어서 왔고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20대에 이곳에 와서 30대를 거쳐 40대에 접어든 지금 대구사람으로 아무런 불편없이 재미있게, 하루하루 의미있게 살고 있다. 다만 마음을 터놓을 만한 따뜻한 친구를 아직 못 만난 것이 좀 아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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