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한계 상황'을 빨리 극복하지 않고는 희망이 없겠다는 느낌을 갖는다. 특히 종합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정치'가 민의를 대변하고 민생을 돌보며 국난을 헤쳐가는 지혜의 산실이 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정치
나라를 경영하는 주축인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타성과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것이다. IMF 위기에서 한숨 돌렸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치가 어지러운 적이 지금만은 아니다. 늘 그래왔듯이 납세의무나 충실히 하면서 걱정스레 국가 운영을 바라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권과 공직세계의 확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어 목이 탄다.
정치개혁을 위한 여권의 움직임이 이제사 나타나고 있지만 갈 길은 멀게만 보인다. 법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있는 법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입법의 지배(rule of legislation) 속에 사는 착각이 든다.
예산안 통과가 법정시한을 넘기는 것은 고전적이다. 총선 1년 전에 선거구획정을 끝내도록 한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정치개혁법안도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득실과 정당의 이익에 걸려 과연 모양새 좋게 결말이 날지 큰 기대를 않게 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나 정당명부제 등이 그럴싸해 보인다 해도 소선구제라야만 당선에 유리한 특정 지역이 있을 수 있고, 정당명부제 도입이 과연 지역주의를 깰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는 지도 의문이다.
정치권의 사람들이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정치개혁도 말잔치로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 '끝없는 정진, 가혹한 자기단련'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이익집착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된다. ◎이익집착 버려야
다음달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잊을 수 없는 달이다. 53년 5월 29일은 힐라리와 텐징의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인류 역사에 빛나는 날이다. 바로 25년 후인 78년 5월 8일은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날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적인 족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메스너는 전통적으로 답습돼온 등산형식을 버리고 무산소 등정을 실현했다. 많은 인원과 장비가 투입되는 원정활동을 거부함으로써 인류의 끊임없는 실험과 도전의 기념비적 산물을 남긴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메스너는 굵은 철사줄에 손가락만 걸고 매달리는 훈련도 하는 등 '가혹한 자기단련'으로 유명하다. 육체적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정신적 한계상황이라고 해야 할 고독을 이기는 끝없는 내면적 정진, 현실적 이득이 없는 순수한 사고, 순수한 노력, 순수한 지식욕 등이 그를 그처럼 위대한 존재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자기불안과의 단독 대결'에서의 승리라고 해야 할 낭가 파르바트 단독 등반은 가히 인간의 한계상황 극복의 진미를 느끼게 한다.
◎대통령 입만 쳐다봐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인상을 주는 일이 많은 것은 '입법의 지배'를 통한 제도적 장치만으로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앞서 순수한 사고, 가혹한 자기단련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대북정책.경제시책.사회복지 및 노동대책 등에서 혼선을 빚는 현상을 보면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커지는 이유는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군상(群像)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민주주의 원론 문제를 다시 살펴봐야겠다 싶은 것이다.
'고전적 민주주의가 군왕의 절대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지금에 와서는 '다수의 지지를 배경으로 한 절대권력의 힘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심도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다수의 폭정(the tyranny of majority)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수로 포장되면 무엇이든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민주주의 원론을 찾아보는 지금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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