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산대 노성환교수 8C 일 역사서 '고사기'완역

일본에서는 천무천황(天武天皇)이 치열한 왕권경쟁에서 승리한 서기 7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각종 기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712년경 오노야스마로(太安万呂)가 편찬한 '고사기(古事記)'가 나오고 이듬해에는 일본 각 지방 풍물을 담은 '풍토기(風土記)'가 완성됐으며 720년에는 일본최초의 전문 역사기록인 '일본서기(日本書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외침과 내란으로 궁궐과 문헌이 불타버리고 지금 남아있는 가장 오랜 문헌이라야 1145년에 나온 '삼국사기'와 13세기말 승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정도인 한국으로서는 8세기에 편찬된 이런 기록들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는 일본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사기나 일본서기보다 앞서 편찬된 '화랑세기'와 '한산기','계림잡전'을 비롯한 김대문의 글과 6세기 중반 신라 진흥왕때 거칠부가 만들었다는 '국사'와 같은 우리 고대 기록들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없다 해도 사라진 한국 고대의 모습은 많은 양이 '고사기'를 비롯한 일본 고대 문헌에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서기의 경우 이 역사서 편찬에 이용된 원래 재료가 '백제신찬'이니'백제본기'니 하는 이름의 기록들인데서 볼 수 있듯 이것이 한국사인지 일본사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최근 울산대 노성환(魯成煥) 교수가 10여년만에 한글 완역본을 낸 '고사기'도 한국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 문헌이다.

일본서기가 삼국사기에 해당한다면 일본판 삼국유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역사기록은 물론이고 풍부한 설화와 신화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한국을 마주치게 된다.

한국과 관련되는 대목 몇개를 추려보자.

▲창조의 신인 아자나기노미코토와 이자나미노미코토가 낳은 많은 자식들 중에 폭풍의 신인 스사노오노미코토가 있었는데 타고난 망나니였던 듯 하늘에서 각종 말썽을 피우다 쫓겨나고 만다. 그런데 그가 내려온 곳이 일본열도가 아니라 신라였다.

▲하늘의 신 중 한명인 니니기노미코토는 아마테라스의 명령으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타카치호(高千峰)의 구시후루타케(久士布流多氣)라는 곳을 도읍지로 삼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한국(韓國)이 바라다 보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의 건국신화와 전체 줄거리가 대단히 비슷한 이 신화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가 땅을 디딘 지점이 김수로왕이 내려왔다는 구지봉과 똑같다는 점이다.

▲일본 제14대 중애(仲哀)천황의 비 신공황후(神功皇后)는 남편과 더불어 규슈남쪽에서 일어난 쿠마소(熊曾)난을 정벌하기 위해 이곳으로 가 있다가 신탁을 받고 갑자기 신라를 정벌한 뒤 백제와 고구려도 정벌하고 돌아왔다.

▲신라왕자 아메노히보코(天日槍)는 자신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아내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 나니하라는 곳에 상륙하려 했으나 신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타지마(但馬)의 이즈시(出石)이라는 곳에 정착했다.

이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연오랑 세오녀 설화와 대단히 비슷하다.

이처럼 일본신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문제는 고대 한일 문화교류 뿐만 아니라 당시 일본인들이 갖고 있던 한국관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며 따라서 고사기를 한국에서 적극 이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노교수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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