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가 가장 이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사랑의 형태'(플라톤)로 본 아테네식 사랑, 승화된 오르가슴을 중시했던 중세, 향락적 사랑과 세련된 기술로 대변되는 르네상스, 과시적이고 장식적인 정부(情婦)의 시대 바로크, 따끈따끈한 감상주의적 사랑에 눈뜬 계몽주의시대, 상상의 사랑에 빠진 19세기, 니체와 프로이트로 집약되는 현대의 사랑.
시대에 따라 사랑의 개념은 다양다기하게 변했고 저마다 독특한 모양새를 가졌다. 사랑은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자기 시대에 맞는 전설과 신화를 만들어 냈다. 독일작가 볼프강 라트의 '사랑, 그 딜레마의 역사'(끌리오 펴냄)는 이같은 사랑의 변천사를 돌아본 사랑의 문화사다. 그리스 신화에서부터 니체·프로이트까지 '사랑'이라는 개념의 변화를 풀어쓰고 있다.
시대별로 사랑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전쟁과 정치가 우선된 그리스 시대에는 욕망과 영혼, 애정과 관능이 극단적으로 이분화되지 않았다. 이처럼 자기애와 절제를 통해 삶을 연마했던 헬레니즘은 로마시대로 넘어가면서 정부(情婦)가 전 인구의 약 10%에 달할만큼 변질됐다.
중세의 사랑은 고대의 사랑과 정반대였다. 육체적 욕망은 추방됐고 금욕과 우울이 사랑을 덮었다. 숭고한 성모를 숭배한 남성에게 여성은 구원자로 등장했다. 하지만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는 도시인구의 과밀화와 임금하락, 인플레로 인해 여성을 추방했다. 계몽주의자들이 활동을 시작한 16세기, 17세기에 마녀사냥은 절정에 달했다. 일부일처제라는 결혼제도가 도입된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사랑의 세기'인 19세기에 비로소 사랑이 보편화됐다. 카뮈가 '이방인'에서 밝힌 것처럼 20세기의 우리는 '개 같은 사랑'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서양의 역사와 서양인의 시각에서 사랑을 들여다 본 이 책은 동양적 사랑이 배제된 것이 흠이지만 저자는 사랑의 본질적 딜레마를 유한성뿐 아니라 선택의 대상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 본성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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