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 민족주의를 주장, 통일을 명분으로 전쟁까지 일으켰으며 1960년대부터 체제 공존을 전제로 한 연방제 통일 방안을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이승만의 정읍발언으로 단독 정부를 수립하여 한반도에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고,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선언 이후 유엔 동시 가입을 주장하며 두 국가주의와 연합제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
1990년 전후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자 북한은 한걸음 물러나 1991년 유엔 동시 가입을 받아들이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 '남북기본합의서'에 서명을 했다. 그 전제는 이제 냉전을 끝내고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교류 협력을 하면서 살아가자는 취지였다.
우리는 1990 한·소 수교에 이어 1992년 한·중 수교까지 이루었고, 지난 30년간 많은 북방정책의 열매를 따먹었다. 한·중 무역 흑자로 얻은 이익은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서 값싼 노동력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또한 러시아로부터 불곰 프로젝트를 통해 전차 및 항공기 기술을 도입하고, 나로호 1단 추진체 개발 등 방산·우주 기술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반면 혈맹 미국은 한·미 미사일지침을 통해 미사일 개발에 제제를 가했다.
동구권의 몰락 이후 구상무역의 길마저 끊긴 채 경제난에 허덕이던 북한은 북·일/북·미 교차 승인을 전혀 이루지 못했다. 1994년 맺은 북·미 간 제네바 합의마저 상호 외교관계 개선에 대한 합의 불이행으로 불신만 가중시키며 북한은 핵개발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이 핵개발 기간 대약진 운동의 실정과 미국의 봉쇄로 3,000만 명의 아사자를 냈듯이, 북한도 고난의 행군 기간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간절히 원했던 북미수교 협상은 시작도 못한 채 북한은 국제 고립과 유엔 제제라는 긴 터널로 들어갔다. 북한도 중국이 걸었던 그 길을 택했다.
중국이 한국전쟁 정전 협정 시에 미군 포로와 맞바꾼 첸쉐션 박사를 통해 양탄일성('64년 원폭, '67년 수폭, '70년 인공위성)을 완성하자 미국은 핑퐁외교를 시작하였고, 1971년 주은래에서 1979년 등소평에 이르는 키신저 협상의 줄다리기 끝에 마침내 미·중 수교에 성공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과 패권전쟁을 벌이는 중국이라는 강대한 나라가 세계사 속에 등장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직후 평창올림픽 참가가 이어졌고 남·북/북·미 회담이 성사된 것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는 역사의 데자뷰다. 미·중 수교가 10년의 협상 기간이 걸린 것처럼, 북·미 수교 회담 역시 그 정도 기간을 끌 수 있다. 노벨상을 노리는 트럼프가 돌아왔으니 그 완성을 보려고 하지 않을까?
트럼프가 중국 압박 수단으로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 세계를 놀라게 하는 대 타협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단 북·미 수교가 성사되는 순간 전혀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한반도를 둘러싼 전 세계의 지형 변화와 북한 개발을 테이블에 올리는 세기의 협상들이 일어날 것이다.
이 중차대한 시점에, 윤 정부의 집요한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북한이 우리를 같은 민족으로서 바라보던 80년 정책을 중단하고 타국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다. 아예 헌법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지우려 하고, 통일 관련 상징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끈질긴 소원을 북한이 들어준 셈이다.
해방 후 통일 국가가 나타나면 자신들이 궁지에 몰릴 것을 두려워한 친일파들이 애국자 코스프레를 하며 반탁운동과 단독 정부를 외쳤듯이,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남·북이 적대 관계가 되고 혐중 혐러 정서로 북·중·러와 척을 지면 누가 이익을 보는가? 거꾸로 4·27 남북 정상이 만나던 그날 미국의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주가가 폭락했던 것을 기억하라.
그러나 아무리 80년 동안 별거 중인 부부가 대판 싸우고 이혼 도장 찍기 직전까지 갔다고 해도, 부부를 갈라 놓으려는 이혼 브로커들이 우리 안팎에 가득하지만, 우리 후대들에게 물려 주어야할 재산문제, 자녀문제가 너무나 중요하기에 함부로 도장을 찍을 수는 없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원래 동이 트기 전에 어둠이 가장 짙게 드리우기 마련이다. 트럼프-김정은의 협상 테이블에 우리가 어떤 카드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매국노 내란 망나니들이 준동하여도 민심의 쓰나미는 막을 수 없다. 내란 정국을 끝장내고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트럼프와 김정은을 동시에 끌어당길 그 카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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