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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전하는 민씨 억류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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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미(35)씨의 억류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풍악호 편으로 귀환한 관광객들은 북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을 제기하고 나서 서해교전사태 및 베이징 남북 차관급 회담과의 연계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북측이 민씨가 북한 감시원에게 귀순을 종용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민씨와 함께 금강산 관광길에 나섰던 풍악호 관광객들은 북한 감시원이 먼저 유도질문을 했다고 반박하면서 북측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다음은 풍악호 관광객들이 전하는 민씨 억류과정과 금강산 관광 당시 북측 관계자들의 분위기이다.

◆민씨 억류과정=현대 계열사 직원인 정모(45)씨의 주선으로 이웃과 함께 금강산 관광에 나선 민씨는 가반 4조에 편성됐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고 길이 미끄러워 관광은 상당히 지체됐고 이때문에 코스 곳곳에 있는 북한 감시원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구룡폭포 관광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하던 민씨 일행은 마지막 휴게소인 제4휴게소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고 이때 휴게소에 있던 북한 여자 감시원 2명이 민씨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북한 감시원의 부드러운 태도에 경계심이 풀린 민씨는 대화를 계속했고 북한 감시원들의 질문은 북한 귀순자들의 남한 생활에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북한 감시원은 "남한으로 가면 다 죽이지 않느냐" "북한 귀순자들이 정말 잘 살고 있느냐" 등 반복된 질문으로 민씨를 자극하기 시작했고 민씨는 이에 다소 흥분, "귀순자들은 모두 잘 살고 있으며 그렇게 궁금하고 의심이 나면 당신도 한번 내려와서 살아보면 알 것 아니냐"고 응답했다.

이 순간 북한 감시원 가운데 1명이 먼저 내려갔고 곧이어 남자 감시원이 나타나 민씨의 관광증을 빼앗고 벌금 100달러를 요구했다.

북한 여자 감시원이 신고를 하기 위해 내려가는 느낌인데다 남자 감시원까지 달려오자 민씨는 겁에 질리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서있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민씨 일행은 돈을 모아 벌금을 지불했고 관광조장과 북한 감시원은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이 잘 된 듯 민씨와 북한 감시원 2명은 다시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하산을 했다.

그러나 북측의 태도는 장전항 통행검사소(출입국관리소)에서 돌변했다.

북한측은 민씨가 '귀순공작'을 했다며 통행검사소에 억류했고 풍악호는 22일 새벽1시 20분까지 민씨가 풀려나길 기다리다 끝내 민씨를 태우지 못하고 모자의 생이별을 뒤로 한채 장전항을 출항했다.

◆북한 감시원들의 분위기=풍악호 관광객들이 전하는 지난 20, 21일 2일간의 북측 사람들의 분위기는 크게 상반되고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북한 감시원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등 이상한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다른 관광객들은 북측 관계자들이 비디오 촬영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전통문화연구원 회장인 이계황(51·서울시 은평구)씨는 "21일 구룡폭포코스 관광을 마치고 하산하면서 북한 남자 감시원과 역사, 언어, 통일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 했다"며 "북한 감시원의 태도도 자연스러웠고 부드러웠다"고 말했다.

반면 강성식(38·경기도 분당구)씨는 "캠코더로 비디오 찰영을 하니까 북한 감시원이 왜 사진을 찍냐며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특히 이곳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쓸려고 하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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