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작은 사랑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 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구체적 실감으로도 시간이 빨리 간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난다. 어쨌든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도 더 많아야 하고, 경제적 능력도 더 커야 한다.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바삐 살던 청춘이 지나면 이제 이 세상은 누구라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요즘 내 우편함은 팸플릿과 초청장으로 가득하다. 무슨 무슨 행사와 공연에 오라는 것부터, 강연 요청에 이름을 필요로 하는 곳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내가 그만큼 시시하게 살지 않았다는 감사한 방증이지만, 그건 마음과 달리 여의치 않은 일이었다. 나는 늘 공연을 하고 극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여름 홍수를 겪으면서도 그랬다. 나는 변변하게 수재 의연금을 내지도 못했다. 신문과 방송에 매일 매일 보도되는 성금 액수와는 나는 거리가 먼 듯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그렇게 마음에 부담을 안고 있던 나는 지진을 만난 터키에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일, 나와 윤석화와 노영심은 서울 강남의 한 와인 살롱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의 슬로건은 '터키 사랑 일일 콘서트'. 표를 많이 팔아 성금이 모이면 그걸 하나도 빼놓지 않고 터키로 보낼 예정이다. 이날 분위기가 좋다면 성금을 걷을 생각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왜 국내의 문제들을 외면하고 다른 나라를 돕느냐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방법은 마찬가지다. 소말리아나 북한을 돕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터키사람들의 상심을 나눠 갖는 이웃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연극표는 잘 못 팔면서 이날 행사를 위한 티켓은 씩씩하게 잘도 팔았다. 그건 거창한 게 아니다. 마음은 있되 방법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창구 혹은 출구일 뿐이다. 이 행사를 위해 몇가지를 준비하면서 나는 이렇게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자꾸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내 수첩에 적혀져 있는 명단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건 능력만 있다면 그 이름들에 닿고 싶은 내 마음이 담겨 있는 목록들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 위에 얹어져서 작은 사랑을 만드는 그런….

연극배우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충북 청주에서 당원 교육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계엄 해제 표결에 대한 책임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iM금융그룹은 1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강정훈 iM뱅크 부행장을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강정훈 후보는 1969년생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가 훈련용 사격 실탄 2만발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실이 밝혀져, 해당 인물은 현재 구속되어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