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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당신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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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이유에선지 고요해진 마음이 되어 차를 몰고 있었다. 그때 나는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으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다시 연습하고 있는 중이었다. 연습을 마친 나는 극장과 우리집을 오가는 고지식한 코스대로 강변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휴일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갑자기 차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뭔가 가슴을 훑고 지나갔고, 머리 속이 비어버린 것 처럼 휑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겨우 차를 길가에 바짝 붙였다. 일단 비상 라이트를 켰는데, 어이없으면서도 이상하게 슬픈 기분이 들었다. 다른 차들의 조롱을 받던, 길 한가운데 멈춰 서 있을 뿐이던 다른 차들이 생각났다. 저렇게 길 한가운데서 망연자실한 꼴이 되지 않은 나를 다행스러워하던, 동시에 그 차 안에 갇힌 차 주인을 상대로 잠시 혀를 차주었던 내가 또한 생각났다. 삶은 모든 방향에서 순환이 되어 나에게 되찾아온다는걸 나는 정말 몰랐을까? 다른 차들은 멈춰선 내 차 옆을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그건 내 차에 진동을 일으킬 만큼의 속도였다.

나는 다만 차 안에서 멍청하게 앉아있을 뿐인데, 택시 하나가 멈춰서더니 나를 한남동에 있는 한 자동차수리점까지 태워주었다. 마음과 다르게 고맙다는 인사는 금방 소리가 되어 나와주지 않았다. 나는 자동차수리점의 청년들과 내 차 있는 곳으로 왔다. 멀리서, 상어처럼 달리는 다른 차들 사이로 비상 라이트를 깜빡거리며 서 있는 내 차를 보자 갑자기 형언하기 힘든 우울이 밀려왔다. 나는 그 모습이 나의 초상이라고 생각했다. 연극 하나말고는 세상의 모든 규칙과 매커니즘에 청맹과니였던 내 자신은 저렇게 무력하게 멈춰선 자동차와 무엇이 다른가. 나의 자동차는 오십여덟의 나에게 경고를 보내주고 있었다.

그후 나는 자동차를 바꾸었다. 새 자동차는 멈추는 일 없이 잘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때 그 자동차가 나에게 알려주던, '당신은 비상'이라는 경고는 매순간 나를 각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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